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 안전진단 중 상판 무너져 6명 사상

(이코노미뉴스 = 박현우 기자) 서울 도심 한복판의 노후 교량 철거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작업자와 공무원 등 6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일 새벽 상판 절단 작업 중 균열과 단차가 발생해 긴급 안전점검을 벌이던 와중에 갑작스럽게 상판이 주저앉은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오후 2시 33분경,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에 위치한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공사 현장에서 상판 구조물(거더) 일부가 급작스럽게 붕괴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구조물 상태를 확인하며 안전점검 및 진단 작업을 진행 중이던 관계자 등 총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잔해에 매몰되었던 인원 중 시공사 현장관리소장(60대), 감리단장(60대), 외부 구조기술사(50대) 등 3명이 심정지 상태로 구조되거나 병원으로 이송된 후 안타깝게 사망했다. 함께 구조된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및 지자체 공무원 등 부상자 3명은 머리와 허리 등을 다쳐 인근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중에는 공사와 무관하게 고가 밑을 지나다 변을 당한 주민센터 직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새벽에 발견된 2.9cm 틈새가 화근… 현장 점검 도중 상판 지탱하는 보 주저앉아
이번 사고는 당일 새벽 고가 슬라브 절단 작업 중 발생한 2.9cm 상당의 단차(침하 현상)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상판의 이상 징후를 발견한 현장 관계자들이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오후 2시부터 긴급 현장 안전점검진단을 벌이던 와중에 상판을 지탱하는 보(거더)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져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당시 현장 인근에는 총 13명이 점검을 벌이거나 대기 중이었으나, 이 중 7명은 붕괴 조짐을 느끼고 긴급히 대피해 화를 면했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사고 발생 6분 만인 오후 2시 38분에 현장에 도착해 구조 활동을 개시했다. 이어 오후 2시 49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특수구조대를 포함한 인력 62명과 장비 16대를 투입해 잔해에 깔린 매몰자 구조 및 수습 작업을 신속하게 완료했다. 경찰 역시 인력 30여 명을 투입해 사고 현장 주변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도로 통제와 차량 우회 조치를 일제히 진행 중이다.
■ 인근 경의선 전차선 덮쳐 열차 일시 중단… 정부·경찰, 전담수사팀 꾸려 엄정 조사
한편, 붕괴한 고가 구조물의 파편과 여파로 인해 인근 경의선 구간의 전차선이 단전되면서 서울역~신촌역 간 양방향 열차 운행 및 서울역~수색역 구간의 전동열차·KTX 운행이 일시 중단되는 등 도심 교통에 극심한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사고 직후 긴급 복구반을 현장에 급파해 전차선 정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퇴근길 시민들에게 지하철 등 타 교통수단을 이용해 줄 것을 신속히 당부했다. 원래 이번 철거공사는 지난해 9월 착수해 오는 6월 초 완공을 앞두고 있었다.
정부와 서울시는 즉시 대통령 지시 및 국무총리 긴급 지시를 하달하고 유관 기관 협조 체계를 가동하여 사고 현장의 신속한 수습과 경위 파악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를 보고받은 뒤 “사고 수습과 부상자 치료에 만전을 다하고, 원인을 엄정히 조사해 재발 방지 대책을 철저히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경찰은 사고 직후 전담수사팀을 편성했으며, 철거 공정상의 안전 수칙 준수 여부, 무리한 해체 작업 시도 여부 및 구체적인 붕괴 원인을 밝히기 위해 전방위적인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코노미뉴스 View: 안전 사각지대가 부른 도심 참사, 진단 중 무너진 방재 시스템의 경고]
시민들의 안전한 통행과 도시 미관 개선을 위해 진행되던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이 순식간에 참혹한 비극의 현장으로 변했다. 이번 사고는 노후 구조물을 해체하는 작업이 신축 공사 못지않게 고도의 정밀함과 전문성(Expertise)을 요구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뼈아프게 각인시켰다. 특히 단순한 작업 중 사고가 아니라, 이미 육안으로 단차를 발견하고 이를 점검하던 '안전진단' 과정에서 통제체계가 무너지며 전문가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의 명료성(Clarity)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코노미뉴스의 시선에서 이번 참사는 노후 인프라 해체 공정의 안전 매뉴얼이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했는지 전면 재검토해야 할 엄중한 사안이다. 2.9cm의 침하가 발생했을 당시, 추가적인 구조물 붕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하부 통제와 점검 인력의 접근 방식을 더욱 보수적이고 안전 지향적(Solution-Oriented)으로 제한했어야 마땅하다. 사전에 가상환경을 통한 시뮬레이션이나 철저한 디지털 트윈 검증 없이 관행적인 육안 검사와 현장 진입에 의존한 결과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인명 피해라는 비극적 결실(Yield)로 돌아온 셈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국의 모든 노후 구조물 철거 현장의 거버넌스(Network)와 안전 인프라를 현미경 검증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엄연히 시행 중인 2026년 현재에도 도심 한복판에서 이 같은 후진국형 매몰 사고가 재발한 것은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여전함을 보여준다.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물론, 위험 징후 포착 시 즉각적인 작업 중지권의 엄격한 행사와 인력 철수 기준 확립 등 지속 가능한 안전 성장(Sustainable Growth)을 실현할 확실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위험을 방치한 대가는 언제나 무고한 이들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