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집도 안 보고 계약” 서울 전세수급지수 5년 만에 최고… 주거 사다리 ‘흔들’

박현우 기자
입력
수정
전세수급지수 108.4 기록, 2021년 이후 최악의 ‘매물 실종’ 사태
ac15d760b010e084f4666c8e01b7b775
나노바나나 생성이미지

(이코노미뉴스 = 박현우 기자)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이 5년 만에 가장 극심한 공급 부족 상태에 빠져들며 무주택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수요는 넘치는데 물건은 자취를 감추면서, 집 상태를 확인하기도 전에 계약금을 먼저 입금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27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주 대비 1.2p 상승한 108.4를 기록했다. 이는 전세 대란이 극심했던 2021년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시장 현장에서는 사실상 ‘전세 가뭄’이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 지수로 본 시장 불균형… ‘묻지마 계약’ 부추기는 공급 부족

전세수급지수는 기준치인 100을 넘을수록 전세를 구하려는 세입자가 내놓으려는 집주인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108.4라는 수치는 현장의 수급 불균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명료(Clarity)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마포구 등 주요 지역 중개업소에 따르면, 매물이 등록되자마자 수십 건의 문의가 폭주하며 내부를 확인하기도 전에 가계약금을 송금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러한 ‘매물 실종’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서울 내 신규 입주 물량이 예년보다 40% 이상 급감한 데다, 실거주 의무 강화로 인해 전세로 나올 수 있는 물량이 묶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유세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는 추세까지 더해지며 전세 공급의 맥(Network)이 끊긴 상태다.

■ 전문가 제언: “전세난, 매매가 상승 견인하는 도화선 될 것”

전문가들은 지금의 전세 시장 불안이 단순히 세입자의 고통에 그치지 않고, 매매 시장 전체를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70~80% 수준까지 오르면, 전세금을 지렛대 삼아 내 집 마련에 나서는 ‘매수 전환’ 수요가 폭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촉매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과 전세 시장 안정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봄 이사철이 끝나가는 시점에도 식지 않는 전세 열기는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가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코노미뉴스 View: 주거 사다리의 붕괴, ‘공급의 양’보다 ‘공급의 속도’가 시급하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의 5년 만의 최고치 경신은 우리 부동산 시장의 고질적인 수급 미스매치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경제적 관점에서 전세는 매매 시장의 완충 지대이자 서민들의 자산 형성 가교(Network) 역할을 해왔으나, 현재는 오히려 매매가를 자극하는 불안의 근원이 되고 있다.

이코노미뉴스의 시각으로 볼 때, 지금 필요한 것은 장기적인 공급 계획뿐만 아니라 시장에 즉각적인 결실(Yield)을 줄 수 있는 ‘단기 공급 활성화’ 방안이다. 실거주 의무의 유연한 적용이나 월세 전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세제 인센티브 등 명료(Clarity)한 유인책이 없다면, 전세난은 매매 시장의 기회(Opportunity)가 아닌 재난이 될 수 있다.

2026년 주거 안정의 핵심은 결국 ‘예측 가능한 공급’이다. 서민들이 집을 보지도 않고 전 재산에 가까운 보증금을 맡겨야 하는 비정상적인 시장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정책적 전문성(Expertise)이 발휘되어야 할 시점이다. 거시적인 안목에서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는 것이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길이다.

박현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