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중공업, 美 해군 함정 MRO 사업 참여 자격 획득

(이코노미뉴스 = 박현우 기자) 국내 해양방위산업의 종가인 HJ중공업이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 공략을 위한 '프리패스'를 거머쥐었다. HJ중공업은 미 해군 보급체계사령부(NAVSUP)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하며, 향후 5년간 미 해군 소속 지원함 및 전투함의 MRO 사업 입찰에 전격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확보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이어 국내 조선사 중 세 번째이자, 중형조선사로서는 최초의 쾌거다. 이는 HJ중공업의 함정 건조 및 정비 역량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넘어 미 해군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했음을 의미하며, 국내 조선업계의 기술적 지평을 한 단계 넓힌 것으로 평가받는다.
■ 'MSRA' 획득으로 전투함까지 사정권… 까다로운 미 해군 검증 통과
MSRA는 미 해군이 자국 함정의 정비를 맡길 업체의 품질, 기술력, 보안시스템, 안전관리 등을 현장에서 직접 검증한 뒤 부여하는 공식 인증이다. 이 자격이 없는 업체는 군수지원함 등 비전투함 정비에만 사업 범위가 국한되지만, MSRA를 취득한 HJ중공업은 이제 전투함과 호위함을 포함한 미 해군의 주력 함정 정비 사업에 독자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HJ중공업은 이번 자격 획득을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재무평가와 현장실사, 항만보안평가 등 1년여에 걸친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거쳤다. 특히 정식 협약 체결 전인 지난해 12월, 이미 미 해군의 4만 톤급 군수지원함 MRO 계약을 수주해 수행하며 실전 역량을 증명한 점이 최종 승인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평가단으로부터 "미 해군 함정 MRO를 수행할 최적의 조선소"라는 호평을 이끌어내며 기술적 신뢰도를 입증한 결과다.
■ 연 20조 시장 열렸다… K-방산 수출 다변화 및 글로벌 영토 확장
미국 해군의 함정 MRO 시장은 연간 약 20조 원 규모에 달하는 '블루오션'이다. 최근 미국이 자국 내 조선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맹국인 한국 조선소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HJ중공업의 MSRA 획득은 시기적절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HJ중공업은 이번 협약을 발판 삼아 기존에 강점을 지닌 고속함정과 고속상륙정 등의 신조(新造) 수출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MRO 사업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고품질 정비와 납기 준수를 통해 미 해군과의 신뢰를 쌓아 글로벌 MRO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HJ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MSRA 체결은 당사의 기술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공인받은 것"이라며, "우방국인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K-방산의 재도약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이코노미뉴스 View: 기술 주권(Expertise)과 네트워크(Network)가 만든 새로운 성장 엔진]
HJ중공업의 이번 MSRA 체결은 중형조선사가 '특화된 기술력' 하나로 글로벌 거대 시장의 문턱을 넘었다는 점에서 거시경제적 의미가 크다. 단순히 수주 규모를 넘어, 미 해군이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발주처와 장기적인 연결고리(Network)를 형성함으로써 대외 신인도를 비약적으로 상승시켰기 때문이다.
이코노미뉴스는 이를 K-방산의 '수출 구조 고도화'로 분석한다. 함정은 건조 이후 30~40년간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한 만큼, MRO 사업은 기업에 안정적인 결실(Yield)을 보장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한다. 이번 자격 획득은 불확실한 글로벌 경기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Opportunity)을 확보한 사례다. 특히 중형조선사 최초의 기록은 국내 조선 생태계의 허리가 탄탄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HJ중공업이 구축한 미 해군과의 파트너십이 국내 조선업 전반의 활력으로 전이되어, 글로벌 방산 시장의 No.1 가치 중심 파트너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