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도심 속에서 되살아나는 전통의 깊이… 이정희 명인의 ‘김윤덕류 가야금산조’가 전하는 울림

이병호 기자
입력
수정
ea0fdfef51661d727716421f398a11a7
이정희의 가야금, 민초들의 애환과 신명의 소리 공연 포스터. 사진제공=지향한국음악연구소

바쁜 일상 속에서 전통 음악의 깊은 떨림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자리는 그리 흔치 않다. 그러나 오는 6월 13일 선릉 한복판에서, 도시의 소음 너머로 오래된 선율이 다시 숨을 쉰다. 이정희 가야금 명인이 선릉아트홀에서 선보이는 ‘김윤덕류 가야금산조’ 전바탕 독주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잊혀가는 전통의 온기를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순간이 될 것이다.

이번 무대는 선릉아트홀이 기획한 전통예술 시리즈 ‘불휘기픈소리’의 하나로, 한국 산조의 미학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산조는 조임과 풀림, 긴장과 이완이 교차하는 음악이다. 특히 김윤덕류 가야금산조는 담백함 속에 짙은 농현이 살아있고, 남성적인 중후함과 강직함이 뚜렷한 색채를 이룬다. 자진모리에서의 헤미올라와 싱코페이션은 산조의 역동성과 호흡을 극대화하며, 관객에게는 마치 시간의 흐름이 비틀리듯한 짜릿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정희 명인이 이 전통을 이어가는 방식은 단순한 연주보다 깊다. 5.16 민족상 음악상 가야금부문 특상(대통령상)과 장흥 대통령배 국악 콩쿠르 특별상 수상 경력은 그의 길이 얼마나 단단했는지 말해준다. 그는 또 ‘자랑스런 한국인’으로 현대 인물사 사전에 등재되며 예술적 성취를 넘어 국악의 대중화에 기여한 점 또한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여전히 ‘정진하는 연주자’라 일컫는다. “해가 갈수록 힘이 들지만 애착이 간다”는 그의 말처럼, 가야금은 그의 삶이자 숙명이다. 오랜 시간을 버텨 온 악기와의 동행 속에서 얻은 깊이는 결국 산조의 음 하나하나로 스며들어 관객에게 전달될 것이다.

국악 공연이 점차 줄어드는 시대, 그리고 빠르게 변하는 문화의 파도 속에서 우리는 때때로 ‘근본’을 잊고 살아간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연은 단지 한 명인의 독주가 아니라, 전통과 현대, 도시와 자연, 빠름과 느림 사이의 균형을 일깨우는 시간이다. 선릉의 한 극장에서 펼쳐질 ‘가야금 산조’의 숨결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무엇을 잊고 있는지를 조용히 환기시킨다.

도심 속에서 만나는 전통의 향연. 마음 한켠이 바쁘고 지친 이들이라면, 이정희 명인의 산조가 건네는 ‘깊은 울림’을 놓치지 않길 권한다. 예매는 선릉아트홀 홈페이지와 네이버 예약에서 가능하다.
 

이병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