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무브먼트] 자기가치감이 결여된 사회 속 믿음

이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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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주도 예멘 난민 수용을 거부하라'는 청원이 게시되었다. 42명에 불과했던 난민신청 예멘인이 500여명으로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후 난민을 인정하라는 측과 내보내라는 측의 시위가 일어났고 정치권에서도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청와대에서 해당 청원을 삭제하고, 제주도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인원들이 출도를 했다는 것이 알려지고, 난민 중 일부가 본인의 SNS 계정에 총을 든 사진을 올린 것이 알려지는 등 갈등의 불씨는 더욱 커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여론의 관심은 흩어졌고 신청자 중 두 명만 난민 지위가 인정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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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에는 모 동물구호단체 소속의 채식주의 활동가가 자신의 SNS에 한 동영상을 게시했다. 그는 평범한 고깃집에 들어가 시민들이 식사하고 있는 와중에 '고기는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동일한 메세지를 외치는 동영상이었다. 식당 관계자들이 그를 붙잡고 내보내려고 했지만 끝까지 저항하면서 계속 외치는 모습도 담겨 있었다. 이후 같은 뜻을 견지하는 다른 활동가가 비슷한 동영상을 게시하였고 7월에는 같은 단체의 활동가들이 모 대형마트의 정육코너에 놓인 고기에 국화를 놓고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라는 피켓을 들며 시위를 벌였다. 또 한 초밥식당에 들어가서 동일한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0월에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파주에서 가축의 이동이 통제되고 돼지의 살처분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모 동물단체가 파주의 한 농가에서 애완용 돼지 세 마리를 반출한 것이 알려졌다. 당국에서는 즉각 대응하였고 다행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음성을 확인하여 돼지열병이 더 번질뻔한 아찔한 순간을 무사히 넘겼다.

작년 11월에는 모 유명 유튜버가 갑질논란에 휩싸였다. 직접 여러가지 직업을 체험해보는 컨텐츠로 유명한 해당 유튜버가 배달대행업을 체험하는 영상이 문제였다. 고급주상복합아파트의 13층으로 배달을 가는데 일반 엘리베이터로는 3층까지만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이다. 우연히 25층 거주민을 만나 25층에서 13층으로 계단을 이용해 내려가 배달을 완료할 수 있었는데,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배달이 어렵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 주문자가 갑질했다는 논란이 생긴 것이다. 더불어 도움을 준 25층 거주민을 통해 각 층의 거주민은 본인들의 층만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을 주기도 하였다.

오롯이 자신의 모든 행동을 스스로 선택하고 사회

위 사례들은 각각 외국인을 적대하는 사람들, 극단적인 채식주의자들, 극단적인 동물보호론자들, 자신의 계급들만의 단지를 조성해 자신들의 성에서 안전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국내 예시이다. 어느덧 이런 사람들의 모습은 더 이상 생소한 모습이 아니라 이미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이런 현상은 비단 한국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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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독일의 지성이자 독보적 사회학자인 '에른스트 디터 란터만'은 책 '불안사회'에서 현대인들이 왜 이런 극단적이고 광신적이며 불안한 행동을 취하는지 고찰한다. 그는 '이방인을 향한 증오', '사회적 자기 유폐', '외부인 출입제한 공동체', '최적화된 몸(헬스에 집착하는 사람들)', '의미 있는 식단(극단적 채식주의자들)' 등 다섯가지 유형의 집단을 대상으로 분석한다.

그가 책의 서두에서 이 책을 집필한 이유에 대해 '우리를 점점 급진적으로 만드는 동기를 제대로 이해 해야만 김각한 사회적 현상을 막을 수 있는 전략과 조치를 찾을 수 있다.'고 밝힌 바와 같이 위에 언급한 다섯 종류의 극단적 행동들을 야기하는 원인을 분석하였는데 이를 '자기가치감'의 붕괴 혹은 결핍으로 표현한다. 자기가치감은 개인이 자신의 어떤 문제점을 해결 했을때 느끼는 감정으로 일종의 자신감 혹은 자존감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급변하는 사회환경 때문에 더 이상 전통적인 판단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워져 자신이 옳은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어졌다는 것과 급변하는 불확실함 때문에 자기가치감을 지키고자 하는 안전의 욕구가 강해진다는 것에 있다.

자기가치감의 결여와 사회의 급속한 변화

자기가치감의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자원으로는 불확실성에 대한 내성, 학습욕구, 사교능력 등과 같은 내적자원과 외부세계(정부, 사회 등)에 대한 신뢰와 같은 외적자원으로 구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위태로운 자기가치감을 회복하기 위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내적, 외적 자원에 따라 다른 극단적인 사상에 동화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다양한 극단적인 행동들 중 위에 언급한 다섯을 선정한 이유로 '1. 각 현상이 확고한 이질성을 추구하는 점, 2. 자신감과 자기가치감을 되찾기 위한 자긍심 관련 전략을 펼치는 점'을 선정한 것이 납득이 간다.

극단적인 주장을 펴면서 아군과 적을 구분하여 적대하는 집단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국가에서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런 사람들의 활동기저에는 스스로가 한 명의 사람으로서 사회에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자기가치감의 결여, 급속한 변화에 따른 과거부터 지속해온 생활양식의 변화와 불안정, 집단사회에서 개인사회로 이행함에 따라 홀로 떨어져 오롯이 자신의 모든 행동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어야 함과 동시에 잘못된 선택에 대한 구제가 어려워지는 사회가 있다. 더불어 역설적이게도 극단적인 만큼 불안한 자기 자신을 안정적으로 지키고자 발버둥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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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광신적 극단주의자들의 증가는 작게는 개인의 친교관계부터 지역사회, 크게는 국가 전체의 결속을 붕괴시킬 위험이 있다. 모든 국가 구성원이 서로를 적대하는 조직으로 나눠진다면 국가시스템이 온전히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각자의 극단에 동의하지 않는 개인들 모두는 극단적인 사람들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고 그 원인을 고쳐나가야 한다. 한국에도 극단적인 사람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그 숫자는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독일 지성의 분석과 대안을 살피고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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