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무브먼트] 고단한 인생 조금만 더 가볍게

이태린 기자
입력
수정
f3b74ac9ab4049f1be25269aeec3748d

상사에게 한 소리 듣고 퇴근하는 화요일 저녁, 지하철에서 누군가에게 떠밀리고 다리가 꼬이며 엎어졌는데, 옷을 털며 겨우 일어날 때 구애인과 눈이 마주친다면.

사소한 불운을 이렇게 엮고 엮으면 드라마에서나 나올 것 같은 최악의 하루가 완성됩니다. 달갑지 않은 사건들이 반나절 동안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건 드문 일일 겁니다. 하지만 각각의 조각들은 누구에게나 흔히 찾아올 수 있는 불행. 이런 일이 닥칠 때 우리는 생각하죠. ‘아, 치킨 한 마리 시켜야겠다.’

주문한 치킨이 도착합니다. 바삭한 튀김옷과 촉촉한 속살, 향기로운 양념을 입체적으로 느끼며 닭다리부터 베어 뭅니다. 그러다 문득 깨닫습니다. 치킨 다리가 하나 밖에 없다는 사실을요.

c185c4cd172b879ff8fdf7ed8b315ec3

어떻게 이렇게 되는 일이 없을까, 라며 허탈한 웃음이 나온다면, 바로 오스카 와일드의 말 40개를 엮은 에세이 <치킨에 다리가 하나여도 웃을 수 있다면>을 읽기 좋은 밤입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당대의 문장가이자 사교계의 유명 인사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인생은 마냥 화려하기보다는 롤러코스터에 가까웠는데, 그는 자신에게 닥친 고난과 불행을 어설프게 긍정하는 대신 오히려 마음껏 조롱하며 겪어냈습니다.

고단한 하루, 절망에도 의연해야 한다는 결심이 마음을 자꾸 무겁게 할 때 오스카 와일드의 위트와 냉소를 빌려와보세요. 오히려 마음이 청량해질지도 모릅니다.

이태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