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예술이 묻는 질문 — ‘평범한 세상’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다

팬데믹 이후의 세계에서 ‘평범함’은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다. 기후위기, 재난, 전쟁, 사회적 불안 등으로 위기의 감각은 일상에 깊숙이 침투했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일상의 풍경은 기묘한 낯섦 속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 감각 속에서 ‘평범한 세상(Ordinary World)’이라는 화두를 던지는 전시가 파리에서 관객을 맞는다.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은 주독일·주영국 한국문화원과 공동 기획한 현대미술 공모전 선정 작가 그룹전을 11월 7일부터 2025년 2월 8일까지 개최한다. 총 600여 명의 세계 각국 작가들이 참여해 120:1의 경쟁률을 기록한 이번 공모는 흔들리는 시대에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보통’의 의미를 묻는다. 선정된 작가는 한국의 양하, 신정균, 박지윤, 권인경, 그리고 칠레 출신의 미구엘 로자스 발보아 등 5명이다. 전시는 베를린과 런던을 거쳐 파리에서 마지막 여정을 이어간다.
예술이 포착한 ‘보통’의 얼굴
작가들의 시선은 현실이 내포한 균열 속에서 새로운 질문을 끌어낸다.
양하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이라는 극단적 장면을 차분한 붓질과 어두운 색조로 치환해 모순과 폭력성의 본질을 드러낸다.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되 감각적 재구성으로 폭발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만든 그의 작업은 미디어가 만들어낸 현실 인식의 프레임을 되묻는다.
신정균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활용해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문다. 그가 제시하는 질문 ― 개인과 집단의 관계,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집단적 상상 ― 은 우리가 지금 어떤 진실을 믿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 반성을 유도한다.
칠레계 벨기에 작가 미구엘 로자스 발보아는 영상 언어를 통해 평범한 장소에서 발견되는 낯선 아름다움을 탐색한다. 눈에 띄지 않는 세계의 조각들에 카메라를 들이대며, 일상과 예술의 경계는 본래 모호한 것임을 보여준다.
박지윤의 논픽션 영화는 현실 속 비일상적 순간을 시적으로 포착하며 평범함과 비범함의 경계를 지우는 시도를 한다. 이는 관객이 자신의 경험을 다시 바라보는 사유의 공간을 마련한다.
권인경은 외부 세계와 개인의 내부 공간이 충돌하고 중첩되는 풍경을 그려낸다. ‘집’이라는 사적 장소를 통해 정체성과 기억의 작동 방식을 추적하면서 평범함을 구성하는 정서적 기반을 탐색한다.
‘평범한 세상’이 던지는 메시지
이번 전시는 예술이 시급히 다루어야 할 주제가 더 이상 ‘이상적인 미래’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현실’임을 보여준다.
동시대 예술은 영웅적 서사가 아니라 각자가 살아가는 일상의 균열과 복원을 향한 감각에서 출발한다.
평범함은 잃어버린 공동의 자산이자, 새로운 연대를 향한 출발점이다.
‘평범한 세상’ 전시는 시대의 혼란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감각을 회복하려는 예술적 실험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다섯 작가의 작품은 관객들에게 묻는다.
“당신에게 평범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