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기요금이 ‘석탄 연금’으로?… 소비자들 “기후 공범 거부” 규제 개혁 촉구

[포인트뉴스=신세희 기자] 내가 낸 전기요금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수명을 억지로 연장하는 ‘연금’으로 쓰이고 있다면 어떨까. 72명의 전기 소비자들이 현행 전력 시장의 보상 체계가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고 소비자에게 부당한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며 정부에 공식적인 규제 정비를 요청했다.
발전 안 해도 지급되는 ‘용량요금’… 노후 석탄 퇴출 가로막는 ‘독소 조항’
기후솔루션과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는 지난 6일 규제개혁위원회에 ‘용량요금(Capacity Payment, CP) 제도’에 대한 규제정비요청서를 제출했다. 용량요금이란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위해 발전소의 실제 발전 여부와 상관없이 ‘가동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급하는 고정비 보전금이다.
문제는 이 제도가 이미 투자비를 회수한 노후 화력발전소들에게까지 ‘연금’처럼 지급되면서,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당해야 할 석탄발전의 수명을 억지로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호연 변호사는 “실제 발전 여부와 무관한 지급 구조가 석탄발전 조기 퇴출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석연료 보조금 6.1조 원… 소비자 ‘보건 주권’ 위협하는 구조
단체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국전력이 지불한 용량정산금 약 8.2조 원 중 74.8%인 6조 1,546억 원이 석탄과 가스 등 화석연료 발전에 집중됐다. 전기 요금의 약 8.3%가 우리가 원치 않는 화력발전의 연명 치료비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이는 포인트뉴스가 강조하는 보건 주권과도 직결된다. 노후 석탄화력이 가동될수록 미세먼지와 황산화물 배출은 계속되며, 이는 곧 시민들의 호흡기 질환 등 건강 피해로 돌아온다. 소비자 정영란 씨는 “에너지 전환이 늦어질수록 그 부담은 기후 재난과 건강 피해로 다시 소비자에게 돌아온다”며 비용 부담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정책적 연결’로 보상 체계 개편해야
참여 단체들은 이재명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와 '재생에너지 100GW 확대'라는 국정 방향에 맞춰 전력 시장의 보상 체계도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기준용량가격을 재산정하고, 과거 삭제되었던 환경기여도를 재도입하여 환경 오염이 심한 발전소에 대한 보상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전기 요금이 노후 석탄의 후원금이 아니라, 깨끗한 미래 전력 체계를 구축하는 정책적 마중물로 쓰여야 한다는 정책적 연결의 관점과 궤를 같이한다.
규제개혁위원회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이번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응답해 용량요금 제도를 개편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기후 위기의 ‘공범’이 아닌, 깨끗한 에너지를 선택할 수 있는 ‘주권자’로 서기를 요구하고 있다.
신세희 기자의 시각: "전기 요금 고지서 뒤에 숨겨진 '석탄 연금'은 단순히 경제적 손실을 넘어, 우리 아이들이 숨 쉴 깨끗한 공기를 담보로 잡고 있는 셈이다. 환경을 파괴하는 기술에 보상하는 구시대적 제도를 폐기하는 것이 진정한 보건 주권 확립의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