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론] '조기 집행'의 함정… 수치상의 목표보다 지역민의 '체감 경기'가 우선이다
[더 밸런스 = 최진혁 칼럼니스트] 매년 2월이면 정부와 지자체는 '상반기 재정 조기 집행'이라는 이름 아래 유례없는 속도전에 돌입한다. 위축된 지역 경기에 마중물을 붓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오직 ‘집행률’이라는 숫자에만 매몰된 작금의 방식이 과연 지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있는지 되물어야 할 시점이다.
실적 압박이 낳은 '보여주기식' 행정
정부가 설정한 상반기 65% 집행 목표는 지자체 공무원들에게는 거대한 압박이다. 실적 점수가 지자체 평가와 교부세 인센티브로 직결되다 보니, 현장에서는 일단 '돈부터 쓰고 보자'는 식의 무리한 발주가 이어진다.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되는 사업은 설계 변경과 부실 공사로 이어지기 십상이며, 이는 결국 소중한 혈세의 낭비로 귀결된다. 예산을 얼마나 빨리 썼느냐보다, 그 예산이 지역의 고용을 얼마나 창출하고 소상공인의 매출을 얼마나 올렸는지가 본질이 되어야 한다.
예산의 '상고하저' 현상과 하반기 경기 침체
상반기에 재정을 집중 투입하면 하반기에는 정작 필요한 곳에 쓸 예산이 부족해지는 ‘재정 절벽’ 현상이 반복된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해 하반기 재난 대응이나 예기치 못한 민생 현안이 발생했을 때 지자체의 대응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의 흐름은 1년 내내 일정하지 않은데, 행정의 편의를 위해 매년 똑같은 '상고하저'식 예산 배분을 강요하는 것은 현장 중심의 유연한 행정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밸런스 시각: 속도가 아닌 '밀도'에 집중하라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밀도 있는 집행'이다. 예산 투입의 시급성도 중요하지만, 각 지역의 특성과 사업의 실효성을 꼼꼼히 따져보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보여주기식 통계 수치를 올리기 위해 억지로 예산을 짜내는 대신, 지역 소상공인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핀셋 지원'으로 정책의 방향을 틀어야 한다. 지방 시대의 성공은 정부의 엑셀 파일 속 집행률이 아니라, 현장 상인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는 데서 증명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