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터뷰] "지방은 기회의 땅"… 2월의 찬바람 뚫고 로컬의 맛을 브랜드화한 '청년 크리에이터'

이지혜 기자
입력
수정
[로컬을 만드는 사람들 ①] 충남 공주에서 '밤'의 가치를 재발견한 김지우 대표를 만나다

[더 밸런스 = 이지혜 기자] "서울에서는 제가 수많은 부품 중 하나처럼 느껴졌어요. 하지만 이곳에서는 제가 만드는 디저트 하나가 마을의 이미지를 바꾸고, 농가 어르신들의 웃음이 되죠. 그게 진짜 '나의 일'을 하는 기분 아닐까요?"

2월의 늦겨울 햇살이 내려앉은 충남 공주의 한 고택 카페. 이곳에서 만난 로컬 크리에이터 김지우(32) 대표는 갓 구워낸 밤 파이의 향기만큼이나 선명한 자기 확신을 내비쳤습니다. 대기업 마케터를 그만두고 연고도 없는 이곳에 정착한 지 2년. 그는 이제 연 매출 5억 원을 바라보는 어엿한 '지역 브랜드'의 수장입니다.

3a0f8e36c39324aac821dfbb312d72e3

■ 점(點)이 모여 선(線)이 되는 로컬 브랜딩

김 대표의 성공 비결은 단순히 '예쁜 카페'를 차린 데 있지 않습니다. 그는 지역의 자산인 '공주 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1. 원물 공급의 혁신:인근 10여 개 농가와 직접 계약 재배를 체결, 낙과나 소형과 등 상품성이 떨어지지만 맛은 최상인 밤을 제값에 매입해 농가 소득을 20% 이상 끌어올렸습니다.

2. 스토리텔링 마케팅:밤을 줍는 노인들의 손, 공주의 구불구불한 골목길 등 지역의 일상을 패키지에 담아 '경험'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3. 협업의 생태계:인근 로컬 스테이, 수제 맥주 양조장과 연계해 '공주 1박 2일 투어 패키지'를 기획하며 지역 상권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 "정부 지원금, 마중물일 뿐 자생력 길러야"

최근 정부와 지자체의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 사업이 2월 들어 신규 모집 공고를 내며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후배 크리에이터들에게 날카로운 조언도 잊지 않았습니다. "지원금에만 의존하는 모델은 1년을 버티기 힘듭니다. 지역의 자원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도시 소비자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상품 경쟁력'이 최우선입니다."

■ 이지혜의 로컬 시선: 사람이라는 이름의 인프라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김 대표의 카페 앞에는 2월의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여행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지역을 살리기 위해 도로를 닦고 건물을 짓는 '하드웨어'를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역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결국 김 대표처럼 지역의 가치를 믿고 그곳에 삶을 뿌리 내린 '사람'이라는 이름의 인프라입니다.

더 밸런스는 앞으로도 지역의 낡은 지도를 새로운 꿈으로 채워가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시리즈로 담아낼 예정입니다.

이지혜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