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혁신] "부르면 오는 버스", 지방 대중교통의 인공지능 해법… DRT 도입 1년의 손익계산서
[더 밸런스 = 정다인 기자] 인구 밀도가 낮은 외곽 지역에서 정해진 노선을 무의미하게 도는 대형 버스는 지자체 재정 적자의 주범이었다. 승객 한 명 없이 빈 차로 운행되는 ‘유령 버스’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도입된 수요응답형 교통체계(DRT, Demand Responsive Transport)가 시행 1년을 맞았다. 단순한 교통 복지를 넘어 실질적인 이동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DRT가 거둔 성과를 심층 분석했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효율성: 대기 시간 30% 단축의 비결
기존 노선버스가 1시간에 한 대 꼴로 운행되던 지역에 스마트폰 앱이나 전화로 호출하는 DRT가 투입되자 이용자들의 평균 대기 시간은 18분 내외로 줄어들었다. 윤채아 기자가 입수한 운영 통계에 따르면, AI 알고리즘이 실시간 호출 수요를 계산해 최적의 경로를 생성하면서 차량의 가동률은 이전 대비 40% 이상 상승했다. 이는 한정된 행정 예산을 투입해 시민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시간적 편익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성과다.
이동의 자유가 곧 기본권… 고령층의 ‘사회적 고립’을 끊다
교통 혁신은 단순히 '빨리 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운전대를 놓은 고령층이나 운전 면허가 없는 청소년들에게 이동 수단이 확보된다는 것은, 지역 내 의료 기관과 교육 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생존의 사다리’를 보장받는다는 의미다. 실제로 DRT 도입 이후 해당 지역 보건소와 복지 센터 방문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사실은, 교통망 확충이 지역민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는 데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다.
지속 가능성을 위한 숙제: 재정 자립과 택시 업계와의 상생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대부분의 DRT 사업은 지자체의 막대한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윤채아 기자가 만난 현장 관계자들은 “인건비와 유류비 상승으로 인해 민간 운영사가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한, 기존 택시 업계와의 수익권 충돌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난제다. DRT를 공공 교통의 일부로 완전히 편입시키기 위해서는 중앙 정부의 인프라 지원과 더불어 지역 운수 사업자들을 운영 주체로 참여시키는 정교한 거버넌스 설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결국 교통 혁신의 완성은 '모든 국민이 거주지에 상관없이 최소한의 이동권을 누리는 것'에 있다. DRT라는 새로운 실험이 단순한 시범 사업을 넘어, 지방 어디서든 단절 없는 이동을 보장하는 보편적 서비스로 안착할 수 있을지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