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흉물 된 폐창고의 화려한 부활… ‘공간의 재정의’가 불러온 골목 상권의 나비효과
[더 밸런스 = 이지혜 기자] 한때 지역 경제의 상징이었으나 산업 구조 변화로 방치되어 도심의 흉물로 전락했던 폐공장과 창고들이 2026년 봄,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변모하고 있다. 전면 철거 후 아파트를 짓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기존 건물의 역사성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공유 가치형 도시재생’이 지역 유동 인구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이지혜 기자가 공간의 변신이 가져온 경제적 파급 효과를 현장에서 취재했다.

벽돌 한 장에 담긴 서사, MZ세대의 발길을 잡다
이지혜 기자가 찾은 남부권의 한 지자체는 30년간 방치된 폐양조장을 문화 복합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거친 콘크리트 질감과 녹슨 철문을 그대로 살린 이 공간은 오픈 6개월 만에 누적 방문객 10만 명을 돌파했다. 이들 중 70%는 외지에서 찾아온 청년층이다. 단순한 상업 시설을 넘어 ‘오래된 미래’를 경험하려는 이들의 욕구가 공간의 재정의와 맞물린 결과다. 이는 지역의 자산을 파괴하지 않고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질적인 사례다.
정책의 입체화: 시설 보수를 넘어 ‘운영 주체’ 육성으로
도시재생의 성패는 건물을 지은 이후 ‘누가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선도적인 지자체들은 단순히 건물 리모델링 예산을 투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청년들과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운영 주체로 참여시키는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는 저렴한 임대료를 보장하고, 운영팀은 창의적인 콘텐츠로 공간을 채우는 협력이 뒷받침된다. 이러한 정책적 설계는 도시재생이 일회성 토목 사업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 모델로 안착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
공간이 주는 위로와 건강: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의 허파’
잘 재생된 공간은 지역민들에게 심리적 안정과 건강한 휴식을 제공한다. 좁고 어두운 골목의 폐가가 커뮤니티 정원이나 작은 도서관으로 변신했을 때, 인근 주민들이 느끼는 정주 만족도는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이는 주민의 정신적 건강을 보호하고 지역의 슬럼화를 막는 공익적 가치의 실현이다. 공간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보행 환경을 개선하는 과정은, 지역민이 체감하는 생활 환경의 수준을 높여 ‘떠나고 싶은 곳’에서 ‘살고 싶은 곳’으로의 인식 전환을 이끌어낸다.
이지혜 기자는 “진정한 도시재생은 낡은 건물을 새것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 깃든 지역의 자부심을 되살리는 작업”이라며, “지방 정부는 화려한 외형 복원보다 그 공간이 지역 상권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그리고 주민들의 일상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