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과 공간] 2025년 2분기 균형발전 예산 조기 집행, ‘수도권 쏠림’ 감시가 우선이다
[더 밸런스 = 이병호 기자] 정부가 기획재정부 제2차관 주재로 ‘재정집행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민생 안정을 위해 2분기 중 역대 최고 수준의 예산 조기 집행을 예고했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예산 조기 집행이 진정한 ‘지역 균등’을 실현하기보다,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 수도권 인근 사업에 집중되면서 지방의 소외감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집행률 지표에 가려진 ‘공간의 불평등’
정부는 상반기 중 전체 예산의 65% 이상을 집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SOC(사회간접자본)와 균형발전 관련 사업을 최우선 집행 대상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병호 국장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1분기 중 집행된 SOC 예산의 상당 부분이 수도권 GTX 노선 연장과 3기 신도시 광역교통대책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균형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추진되는 예산이 실제로는 수도권의 일극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빨대 효과’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진정한 지역 균등 발전은 단순한 집행률 숫자가 아니라, 예산이 투입되는 ‘공간의 질’에 달려 있다. 지방 소멸 위험이 높은 비수도권 군 단위 지역의 기초 인프라 개선보다 대도시권의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인프라 사업이 우선시되는 현재의 배분 구조는 국가 전체의 균형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2분기 집행 과정에서는 비수도권의 낙후된 생활 SOC와 스마트시티 보급 사업에 대한 우선순위 조정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집행 역량과 중앙의 지원 격차
또 다른 문제는 예산 집행의 ‘현장 온도차’다. 재정 자립도가 높은 수도권 지자체는 중앙 예산이 내려오면 즉각적인 집행과 사업 추진이 가능하지만, 재정이 열악한 비수도권 지자체는 매칭 펀드(Matching Fund) 부담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결과적으로 예산 조기 집행의 혜택은 다시 ‘준비된 도시’인 수도권으로 돌아가는 구조적 한계가 발생한다.
정부는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방 교부세와 균형발전 특별회계의 운영 방식을 개편해야 한다. 단순히 지자체의 신청을 받아 평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인구 소멸 위험 지수가 높은 지역에는 국비 지원 비율을 파격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사업 초기 단계부터 중앙의 전문 인력을 파견하는 ‘균등 지원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 정책 제언: ‘지역 균등 평가제’의 도입
첫째, 모든 중앙 부처의 집행 예산에 대해 ‘공간적 배분 비중’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예산 투입량을 분기별로 투명하게 공개하여 여론의 감시를 받게 해야 한다.
둘째, SOC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B/C)’ 비중을 대폭 낮추고 ‘지역 균형 발전 가점’을 실질적인 결정권이 있는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경제성 평가에서 탈락하는 것은 지방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셋째, 지방의 자생적 공간 창출을 위한 ‘도시재생 2.0’ 예산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대규모 건설 위주의 토목 사업을 넘어, 청년들이 지방에서 정주할 수 있는 문화와 일자리가 결합된 ‘복합 공간’ 조성에 집중적인 재정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
■ 결언: 2분기 재정 집행, ‘균형의 저울’을 바로 세워야
이병호 국장은 이번 2분기 예산 조기 집행이 지방 소멸의 브레이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집행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집행의 방향이다. 중앙 정부는 ‘집행률 달성’이라는 행정적 성과에 취해 지방 현장의 절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예산의 1원 한 푼까지도 대한민국 모든 국토가 골고루 숨 쉴 수 있는 ‘균등한 기회’를 위해 쓰여야 한다. 공간의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진정한 의미의 국가 성장 모델은 완성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