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업과 사람] 비수도권 R&D 예산 점유율 10%의 벽, ‘기술 소외’가 지역 소멸 부추긴다

이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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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밸런스 = 이병호 기자]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30조 원 시대가 열렸으나 지역 간 ‘기술 기회의 균등’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12대 전략기술 및 신산업 R&D 인프라가 수도권과 대전(대덕연구단지)에 80% 이상 쏠리면서, 영남·호남·강원 등 기타 비수도권 지역의 R&D 점유율은 여전히 10% 내외의 ‘심리적 저항선’에 갇혀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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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 자산의 불균형과 지역 경제의 악순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국가 R&D 집행액 중 서울·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비중은 매년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민간 기업 R&D를 제외한 순수 정부 집행액만 보더라도 수도권과 대전을 제외한 나머지 13개 광역 지자체가 가져가는 파이는 전체의 30%를 밑돈다. 특히 강원(1.2%), 전북(1.8%), 전남(1.5%) 등은 각각 전체 예산의 1~2% 수준에 머물러 있어 ‘지역 균등’이라는 국정 과제가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히 예산의 분배 문제를 넘어 인재의 흐름과 직결된다. R&D 자산은 곧 연구 인력의 일자리다. 수도권에 R&D 인프라가 집중되면서 석·박사급 고숙련 인재들은 지방 취업을 기피하게 되고, 이는 다시 지방 기업의 기술 경쟁력 약화와 인구 유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의 핵심 동력이 기술(R&D)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투자는 여전히 '성과 중심의 효율성' 논리에 매몰되어 지방을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 R&D 하한선 도입과 제도적 장벽의 해소

현재 정부 R&D 과제 선정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과거의 성과'와 '기존 인프라'를 중시한다. 이는 이미 대규모 연구 인프라가 갖춰진 수도권 대학과 연구소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비수도권 대학이나 지방 강소기업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더라도, 연구 장비나 보조 인력 등 '기초 역량' 점수에서 밀려 탈락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지역 균등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 R&D 예산 편성 시 '비수도권 최소 배분 쿼터제' 도입이 시급하다. 현재의 자율적 균형 노력으로는 수도권 집중을 막을 수 없으므로, 정부는 전체 예산의 일정 비율 이상을 비수도권에 의무 배분하는 강력한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해야 한다. 또한 연구 과제 평가 지표에서 '지역 산업 기여도'와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의 비중을 대폭 상향 조정하여 지방 소재 연구 기관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 정책 제언: 지방 연구 인력을 위한 ‘정주 패키지’

첫째, 지방 R&D 인력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정주 여건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 지방 거점 연구소에 근무하는 인력에 대해 소득세 감면 폭을 확대하고, 가족 단위 이주 시 주거 및 교육 인프라를 정부가 직접 책임지는 수준의 강력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인재가 가지 않는 R&D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지역 거점 R&D 허브'의 물리적 확산이다. 현재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집중된 정부 출연 연구기관(출연연)의 본원 수준 연구 권한과 예산을 지역 분원으로 과감히 이양해야 한다. 구미의 전자, 창원의 기계, 광주의 AI 등 지역별 특화 산업에 최적화된 R&D 컨트롤 타워가 현장에서 직접 작동해야 한다.

셋째, 지자체와 지역 기업, 지역 대학이 연계된 'R&D 선순환 생태계' 구축이다. 중앙 정부는 단순 예산 지원을 넘어 지역 대학이 지역 기업의 부설 연구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산학협력 모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

■ 결언: 균등한 기술 기회가 지역 소멸을 막는 브레이크

이병호 국장은 지역 균형 발전이 도로를 닦고 아파트를 짓는 '토목의 시대'를 지나 '기술과 혁신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강조한다. R&D 자산의 균등한 배분은 특정 지역에 대한 시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기술 복원력을 높이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기술의 소외가 지역의 소외로, 나아가 국가 경쟁력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정부는 차기 예산 수립 과정에서 '지역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수치와 로드맵을 반드시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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