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시선] 로컬 브랜드 창출 사업의 허와 실, ‘무늬만 지역’인 기획사는 배제해야
[더 밸런스 = 이병호 기자] 정부가 지역 소멸 대응의 핵심 카드로 ‘로컬 브랜딩’과 ‘글로컬 상권 창출’ 사업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실제 지역 민생에 스며드는 ‘균등한 혜택’보다 외부 기획사의 배만 불리는 ‘소비성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깊다. 지역 고유의 자산을 발굴해 자생력을 키우겠다는 정책 취지가 현장에서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 진정한 지역 상생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 정밀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 로컬 콘텐츠의 상향평준화인가, 하향평준화인가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와 행정안전부가 주도하는 로컬 브랜딩 사업의 공모 결과를 분석해 보면, 선정된 사업의 상당수가 수도권 소재 대형 기획사나 컨설팅 업체의 손을 거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유려한 제안서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공모를 따내지만, 사업 기간이 끝나면 지역을 떠나는 ‘철새형 기리형’ 운영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지역에는 일회성 축제나 사진 찍기 좋은 조형물만 남을 뿐, 지역민의 실질적 소득 증대나 정주 여건 개선으로는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한다.
진정한 지역 균등은 외부의 시각으로 지역을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부에 뿌리박은 소상공인과 청년 크리에이터들이 주도권을 가질 때 실현된다. 이병호 국장이 현장에서 만난 로컬 관계자들은 “정부 지원금이 지역 내에서 순환되지 않고 다시 서울의 마케팅 업체로 흘러 들어가는 ‘자본의 역류 현상’이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로컬 브랜딩이 지역의 자부심이 아닌 외지인의 일시적인 놀이터를 만드는 작업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 지역 상생을 가로막는 ‘성과 지표’의 함정
정부의 평가 방식 또한 개선이 시급하다. 현재 대부분의 로컬 사업은 ‘방문객 수’, ‘SNS 언급량’, ‘매출 증대 효과’ 등 단기적인 수치에 매몰되어 있다. 이러한 평가는 인프라와 배후 인구가 풍부한 대도시 인근 상권에 유리할 수밖에 없으며, 진짜 지원이 필요한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의 작은 마을들은 평가 단계에서부터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역 균등 발전을 위해서는 평가 잣대를 ‘지역민 고용 유지율’, ‘지역 내 원자재 구매 비율’, ‘마을 공동체 참여도’와 같은 ‘내생적 성장 지표’로 전환해야 한다. 단순히 몇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느냐가 아니라, 그 사업으로 인해 지역 청년 몇 명이 정착을 결심했는지가 훨씬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 기간을 1~2년의 단기 지원에서 최소 5년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로 전환하여 로컬 브랜드가 지역에 완전히 뿌리 내릴 수 있는 ‘시간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해야 한다.
■ 정책 제언: 진정한 로컬 상생을 위한 3대 원칙
첫째, 지역 기반 기업에 대한 ‘공모 가점제’ 및 ‘의무 컨소시엄’ 제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외부 기획사가 참여하더라도 반드시 지역 소재 중소기업이나 협동조합과 5:5 이상의 지분을 나누고 기술을 전수하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획 역량의 지역 이전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균형 발전 정책이다.
둘째, 로컬 크리에이터 전용 ‘금융 지원 제도’의 혁신이다. 현재의 융자 중심 지원은 초기 자본이 부족한 지역 청년들에게 과도한 짐이 된다. 매출의 일부를 공유하거나 지역 기여도를 평가해 상환을 유예해 주는 ‘로컬 상생 펀드’를 확대하여, 실패하더라도 지역을 떠나지 않고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셋째, ‘지역 자산화’ 지원이다. 로컬 브랜드가 성공하면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 공동체가 공간을 직접 소유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보증하는 ‘공유 자산 제도’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공간의 소유권이 지역에 있을 때 비로소 상생의 지속 가능성이 담보된다.
■ 결언: 사람과 공간이 함께 숨 쉬는 ‘균등한 로컬’
이병호 국장은 로컬 브랜딩의 궁극적인 목표는 ‘도시와 지방의 삶의 질 격차 해소’에 있다고 단언한다. 단순히 지방의 골목을 예쁘게 꾸미는 장식적 행위로는 소멸의 파고를 넘을 수 없다. 지역의 고유한 문화가 경제적 가치로 치환되고, 그 혜택이 지역민에게 고르게 돌아가는 ‘상생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이제 ‘보여주기식’ 로컬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의 내실을 다지는 진정성 있는 지원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모든 국토가 각자의 색깔로 균등하게 빛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의 진정한 균형 발전은 완성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