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책과 공간] 지자체 예산 326조 시대의 역설, ‘지역 균등’ 가로막는 재정 자립도 격차

이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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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밸런스 = 이병호 기자]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5년도 지방자치단체 총 예산 규모가 326조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재정 자립도 격차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늘어난 예산이 실제 ‘지역 균등 발전’으로 이어지기보다는 ‘부익부 빈익빈’을 고착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4월 본격적인 추경 시즌을 앞두고 지자체의 재정 운용 효율성에 대한 날카로운 감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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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어난 예산, 줄어든 지방의 자율권

올해 지방 예산이 전년 대비 약 16조 원(5.1%)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의 표정은 밝지 않다. 증가분의 상당수가 중앙 정부의 복지 사업에 따른 매칭 펀드(국비-지방비 분담)와 인건비 인상분 등 ‘경직성 경비’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병호 국장이 분석한 재정 통계에 따르면, 지방 소멸 위험 지역일수록 자율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가용 재원’ 비중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지방교부세가 일부 증액되었다고는 하나, 보통교부세의 산정 방식이 인구 수와 납세 규모를 주요 지표로 삼고 있어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일수록 오히려 재원 확보에 불리한 구조적 모순이 발생한다. ‘균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할 예산 배분 시스템이 오히려 인구 소멸을 가속화하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현재의 배분 방식이 지속된다면 재정력이 풍부한 서울과 경기도는 더욱 화려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반면, 지방은 최소한의 행정 유지조차 버거운 수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 입법적 과제: ‘지역 균등 발전 특별회계’의 실효성 제고

국회와 지자체 입법 과정에서 논의되고 있는 ‘균형발전 특별회계’의 축소 역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2025년도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세출 규모는 전년 대비 약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전체 예산은 늘어나는데, 정작 지역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특별한 목적’의 주머니는 얇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입법적 결단이 필요하다. 첫째, 지방교부세율의 단계적 인상이다. 현재 내국세의 19.24%인 교부세율을 최소 22%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여 지방의 기초 체력을 보강해야 한다. 둘째, ‘인구 소멸 가중치’의 법제화다. 단순히 머릿수가 아닌, 지역의 면적과 소멸 위험도를 예산 배분의 핵심 지표로 삽입하여 공간의 균등한 관리를 보장해야 한다. 셋째, 지자체의 재정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의 7:3 조정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이행을 강제해야 한다.

■ 재정 감시의 초점: ‘무늬만 균형발전’ 사업의 퇴출

4월부터 각 지자체 의회에서 진행되는 예산 심의 과정에서는 ‘전시성 토목 사업’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균형발전 예산이 지역구 의원들의 선심성 공약 이행이나, 타당성 검토가 미비한 대규모 시설물 건립에 낭비되는 사례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지역 균등은 예산의 ‘규모’가 아니라 ‘배치의 정의’에서 온다. 이병호 국장은 지자체 예산이 중앙 집중적 사고에서 벗어나, 지역의 자생적 기업을 육성하고 청년들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소프트웨어적 균형’에 우선 투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산 감시의 눈은 단순한 회계 부정을 넘어, 이 돈이 지역의 미래를 위해 제대로 ‘균등하게’ 쓰이고 있는지를 향해야 한다.

■ 결언: 예산의 균등이 국가 신뢰의 시작이다

대한민국 어느 곳에 살더라도 최소한의 공공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의 정의’는 예산의 균등한 배분에서 시작된다. 326조 원이라는 거대 예산이 수도권의 과밀을 부추기고 지방의 공동화를 방관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국회는 지방 재정의 자립권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입법에 나서야 하며, 지자체는 한 푼의 예산이라도 지역 균등 발전이라는 시대적 소명에 부합하게 써야 한다. 예산은 숫자가 아니라 국가의 의지이며, 그 의지가 지방 구석구석에 닿을 때 비로소 ‘더 밸런스’ 있는 대한민국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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