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산업단지 대개조, ‘제조업의 균등한 혁신’ 없이는 지역 경제 부활 없다
[더 밸런스 = 이병호 기자] 정부가 노후된 지방 산업단지를 디지털·저탄소 공정으로 전환하는 '산단 대개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수도권 첨단 산단과의 '기술 격차'는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경제의 허리인 지방 산단이 단순 생산 기지를 넘어 혁신 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인프라 지원을 넘어선 ‘기업 생태계의 균등한 질적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 [현황] 노후 산단의 재생과 디지털화 추진 실태
현재 전국적으로 추진 중인 산단 대개조 사업은 거점 산단과 연계 산단을 묶어 패키지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북 구미(전자), 전남 여수(석유화학), 광주(자동차) 등 주요 거점 산단은 스마트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정 자동화와 에너지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병호 국장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하드웨어적 보강에도 불구하고 산단 내 입주 기업들이 느끼는 ‘혁신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대기업 협력업체 위주의 구조적 한계와 영세한 중소기업들의 디지털 적응력 부족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 [문제점] 수도권 집중형 밸류체인과 지방의 소외
지방 산단의 가장 큰 위기는 '부가가치의 유출'이다. 기술 설계와 핵심 R&D는 수도권 본사에서 이뤄지고, 지방 산단은 단순 조립과 가공만 담당하는 분업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 이는 국가 전체의 산업 생산량은 유지할지언정, 지역 내에 양질의 일자리와 기술 자본이 축적되는 것을 가로막는다. 결과적으로 수도권 산단은 '혁신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반면, 지방 산단은 '비용 절감형 생산지'로 남게 되는 '기회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노후 산단 재생 사업 예산이 도로 포장이나 주차장 확충 등 환경 개선에 치우쳐 있다는 점도 문제다. 기업들이 정작 필요로 하는 것은 첨단 시험 장비, 데이터 분석 인프라, 그리고 이를 운용할 '사람'이다. 기술 자산의 균등한 배분이 뒷받침되지 않는 환경 개선은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 [대안] 지역 경제 엔진을 되살리기 위한 3대 전략
첫째, '지방 산단 특화 R&D 쿼터제'를 강화해야 한다. 중앙 정부 R&D 예산 중 일정 부분을 노후 산단 입주 기업의 공정 혁신에 강제 배분하여, 지방 기업도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산단 내 대학 캠퍼스'의 실질적 활성화다. 단순히 강의실을 옮기는 수준이 아니라, 대학의 연구 장비를 산단 내 공유 공장에 배치하고 교수와 학생이 기업과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현장 밀착형 인재 양성 모델'을 전면 확대해야 한다. 교육과 산업의 공간적 균등이 이뤄져야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다.
셋째, '디지털 전환(DX) 바우처'의 파격 지원이다. 영세 중소기업이 스마트 공장을 도입할 때 금융 부담을 0%에 가깝게 낮춰주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기술 혁신의 속도에서 소외되는 기업이 없도록 '혁신의 균등'을 보장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 결언: 산업의 균형이 곧 국가의 경쟁력
이병호 국장은 지방 산단의 위기가 곧 대한민국 제조업의 위기라고 경고한다. 수도권만 고도화되고 지방은 노후화되는 구조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4월, 정부의 산단 대개조 계획이 단순한 시설 보수를 넘어 지방 기업들에게 '기술 주권'을 돌려주는 진정한 지역 균등 발전의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한다. 지역의 공장이 다시 활기차게 돌아갈 때, 대한민국의 균형 잡힌 미래도 함께 움직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