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시선] 로컬 크리에이터의 고군분투, ‘반짝’ 지원보다 ‘지속’ 가능한 토대 마련해야
[더 밸런스 = 이병호 기자] 지방 소멸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있다. 지역의 낡은 공간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고, 고유의 콘텐츠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이다. 하지만 화려한 조명 뒤에 가려진 그들의 현실은 냉혹하다. 4월의 봄기운이 무색하게도, 현장에서 만난 창업가들은 정부의 일회성 지원금이 아닌 ‘지속 가능한 생존 토대’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 "지원금은 마중물일 뿐, 결국은 자생력이 관건"
전북의 한 중소도시에서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식음료 매장을 운영하는 최 모 씨(32)는 최근 정부 지원 사업을 마쳤다. 초기 시설비와 마케팅비 일부를 보조받았지만, 사업 기간이 종료되자마자 높은 임대료와 인력 수급 문제라는 거대한 장벽에 다시 부딪혔다. 최 씨는 "지원금이 나올 때는 반짝 활기가 돌지만, 지원이 끊기면 다시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린다"며 "진정한 지역 균등은 기획자 한두 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로컬 비즈니스가 유지될 수 있는 시장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병호 국장이 분석한 현장의 가장 큰 문제는 ‘지속 가능성’의 결여다. 현재의 로컬 창업 지원은 ‘개수 채우기’ 식 공모 사업에 치중되어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비즈니스 모델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최소 3~5년의 숙성 기간이 필요함에도, 대부분의 지원은 1년 단위로 끊긴다. 이는 결국 ‘공모 사냥꾼’만 양산하고, 정작 지역에 뼈를 묻으려는 진성 크리에이터들을 지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 젠트리피케이션과 인력난, 로컬의 발목을 잡는 그림자
성공한 로컬 브랜드가 생겨나면 해당 지역의 임대료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심각한 걸림돌이다. 청년들이 고생해서 일궈놓은 골목 상권의 과실을 건물주가 독식하는 구조에서는 공간의 균등한 가치 배분이 불가능하다. 현장의 크리에이터들은 지자체가 공유 재산을 활용해 장기 저리로 공간을 임대하거나, 지역 공동체가 건물을 공동 소유할 수 있는 ‘지역 자산화’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더불어 ‘사람’을 구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다. 세련된 공간을 만들어도 함께 운영할 전문 인력이 지방행을 꺼리기 때문이다. 단순히 창업가 한 명을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로컬 크리에이터 기업에 취업하는 청년들에게도 파격적인 주거 및 소득 혜택을 제공하여 ‘로컬 인재 풀’을 균등하게 분산시키는 정책적 상상력이 요구된다.
■ 결언: 현장의 열정이 지역의 내일이 되려면
이병호 국장은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지방 소멸을 막는 ‘마지막 보루’라고 확신한다. 이들이 지치지 않고 지역에서 꿈을 펼칠 때 비로소 대한민국 국토는 균형 잡힌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몇 명을 창업시켰나’라는 행정적 성과에서 벗어나, ‘그들이 지역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고 있는가’를 정책의 핵심 지표로 삼아야 한다.
4월, 전국 각지에서 새로운 로컬 지원 사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부디 ‘반짝’하고 사라지는 전시성 지원이 아니라, 지역의 뿌리가 될 청년들의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토대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지역의 고유함이 경제적 가치로 보상받고 그 혜택이 지역민에게 고르게 돌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진정한 ‘더 밸런스’의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