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기어이, 기대어”... 장애예술이 제안하는 돌봄과 협력의 미학

[포인트뉴스 = 이서윤 기자]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사장 방귀희, 이하 장문원)이 오는 5월 23일까지 모두미술공간에서 2026 모두공감기획전 ‘관계의 기술: 기꺼이 기어이 기대어’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개인의 역량이나 성취에 매몰된 현대 사회의 사고방식을 넘어, 장애예술의 창작 과정 속에 녹아있는 ‘돌봄’과 ‘협력’의 가치를 조명하며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 개인의 성취를 넘어 ‘관계’로 확장되는 창작의 세계
이번 기획전은 장애예술인들이 창작 과정에서 맺어온 타인과의 긴밀한 협업을 예술의 핵심 요소로 바라본다. 예술이 단순히 한 개인의 고립된 결과물이 아니라, 서로 의지하고 돕는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공동의 경험임을 제안하는 것이다. 전시에는 김진우, 둥지, 라움콘, 발달장애인 독립공간 예술쉼터, 선사랑드로잉회, 이정현 등 6개 팀이 참여해 서로 다른 몸이 지닌 감각을 긍정하고, 협력의 과정을 통해 축적된 결과물들을 선보인다. 이는 자산의 가치를 넘어 인간 존엄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본지의 보도 철학과도 궤를 같이하는 대목이다.
■ ‘몸의 움직임’부터 ‘웨어러블 오브제’까지… 다채로운 감각의 향연
전시의 구성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역동적인 작품들로 가득하다.
자율과 역사: 김진우 작가는 발달장애인의 여행 드로잉을 통해 삶의 자율성을, ‘예술쉼터’는 충남 서천에서 15년간 쌓아온 발달장애 작가들의 아카이브를 공유한다.
협력과 체득: 라움콘은 관객이 직접 입어볼 수 있는 웨어러블 오브제를 통해 의존의 관계를 몸소 체험하게 하며, 선사랑드로잉회는 장애 정체성이 담긴 다양한 몸의 형태를 대형 드로잉으로 표현했다.
공감각적 소통: 색청 공감각을 지닌 이정현 작가는 소리를 시각화한 ‘그림 악보’를 선보이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 모두를 위한 예술 공간… 장애유형별 접근성 강화
전시가 열리는 ‘모두미술공간’은 2024년 서울스퀘어에 개관한 장애예술 전문 기관으로, 누구나 예술을 통해 소통할 수 있도록 장애유형별 접근 서비스를 세심하게 지원한다. 장문원 방귀희 이사장은 "이번 전시가 개별적인 삶을 강조하기보다 서로의 조건을 이해하고 각자의 차이가 어우러지는 장면을 만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관객들은 전시를 통해 연대와 공동체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포인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서윤 기자의 시각: "전시 제목 속 '기대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외면해온 인간의 본질적 속성을 관통합니다. 자립과 독립만을 강요하는 시대에 장애예술인들이 보여주는 '기꺼이 기대는 기술'은 오히려 더 단단한 연대의 힘을 보여줍니다. 소리를 그림으로 읽고, 타인의 몸을 입어보는 감각의 전이는 우리 안에 숨어있던 편견의 벽을 허무는 인문학적 치유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장애예술이 던지는 이 따뜻한 제언이,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며 함께 살아가는 '공생의 문법'으로 우리 일상 속에 뿌리내리길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