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췄던 애도의 시간, 다시 흐르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유족 회복캠프’ 개최

[포인트뉴스 = 이서윤 기자] 서울시자살예방센터(센터장 최남정)가 자살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심리적 회복을 돕기 위한 ‘자살유족 회복캠프’를 오는 4월 24일부터 1박 2일간 경기도 양평군 Kobaco 연수원에서 개최한다. 이번 캠프는 사별의 아픔을 공유하는 유족들이 자연 속에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건강한 애도의 과정을 통해 일상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기 위해 마련됐다.
■ 당사자가 직접 기획한 ‘우리 함께 봄 나들이’… 동료지원가의 진심 담겨
이번 캠프의 특별한 점은 기획부터 운영까지 유족 당사자인 ‘동료지원가’들이 주도한다는 것이다. ‘나누고 들어주고 이야기하며 서로를 위로한다’는 의미를 담은 ‘우리 함께 봄 나들이’라는 부제 역시 유족들의 제안으로 결정됐다. 동료지원가는 고인과의 사별 이후 회복을 경험한 유족이 다른 유족의 치유를 돕는 안내자로, 같은 아픔을 겪어본 이들만이 나눌 수 있는 깊은 공감과 정서적 유대를 제공한다. 이는 자본과 시스템이 놓치기 쉬운 사회적 사각지대에서 ‘당사자주의’를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회복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시사점이 크다.
■ 10년 만에 꺼낸 이야기… “애도에는 정해진 시간이 없다”
캠프에 참여하는 유정민(가명) 씨의 사례는 유족들이 겪는 ‘지연된 슬픔’의 무게를 보여준다. 형제를 잃은 지 10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감정을 말로 꺼낼 수 있었다는 그는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가 멈춰 있던 애도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했다”고 전했다. 주요 프로그램은 △소그룹 관계 형성 활동 △고인별 자조모임 △스트레스 완화 및 치유 활동 △야외활동 등으로 구성되어 참여자들이 고립감에서 벗어나 ‘혼자가 아님’을 깨닫는 데 중점을 둔다. 이는 슬픔의 개별성을 존중하면서도 공동체의 지지를 통해 회복을 촉진하려는 정교한 심리 방역의 일환이다.
■ ‘자작나무’ 모임 통해 일상 회복 지원… 상·하반기 지속 운영
서울시자살예방센터는 유족 모임인 ‘자작나무(자살유족 작은희망 나눔으로 무르익다)’를 통해 자살 유가족의 건강한 애도 과정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회복캠프는 연 2회 운영되며, 유족들이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안전하게 쏟아내고 자기 돌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최남정 센터장은 이번 캠프가 유족들이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고통을 조명하고 합리적인 치유 대안을 제시하려는 포인트뉴스의 관점에서, 이번 캠프는 생명 존중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이서윤 기자의 시각: "자살 유족은 남겨진 슬픔뿐만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죄책감이라는 이중의 고통 속에 살아갑니다. 이번 회복캠프가 지향하는 '동료 지원' 모델은 전문가의 상담만큼이나 강력한 치유의 힘을 발휘합니다. 사별 10년 만에 첫 마디를 뗀 유족의 사례처럼, 애도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 충분히 머물러야 할 과정임을 우리 사회가 인지해야 합니다. 보건 의료 시스템이 미처 닿지 못하는 마음의 빈틈을 유족들 스스로가 메워가는 이 '자작나무'의 연대가, 비극의 사슬을 끊고 생명의 온기를 되찾는 가장 예리하고도 따뜻한 해법이 되길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