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또 합의’ 국내 배터리 업계 왜 이러나… 연이은 책임론에 소비자 피해만 증가

LG에너지솔루션이 웃고, 울었다. 지난 2월 10일부터 이어진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코나 전기차 화재 원인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LG에너지솔루션의 승리로 끝났다. 이에 따라 양사는 합의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양사의 입장 차이가 워낙 극명해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측은 오랜 시간 쌓아온 자사의 노하우와 기술력에 대한 타당한 보상을 받겠다는 입장이지만, SK이노측은 너무 과하다는 입장이다. 자칫 장기전으로 흘러갈 수 있는 상황이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에 이긴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엔 패배
SK이노베이션과의 싸움에서 승전보를 받은 며칠 후, LG에너지솔루션에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현대차의 코나 전기차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셀 제조불량으로 인한 내부 합선일 가능성이 높다는 국토교통부의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현대차에서 제작·판매한 코나 전기차와 아이오닉 전기차, 일렉시티(전기버스) 3개 차종 2만6,699대에서 제작결함이 발견돼 자발적 시정조치(리콜)한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리콜 대상은 코나 전기차 2만5,083대, 아이오닉 전기차 1,314대, 일렉시티 302대다.
이날 현대차는 자율공시를 통해 “코나 전기차 등 화재와 관련해 차량의 배터리를 전량 교체하는 자발적 리콜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관련 총 비용은 1조원 수준으로 향후 분담률 등을 반영해 최종 품질 비용을 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비용은 우선 지난해 4분기 경영실적에 반영하고 추후 LG에너지솔루션과 분담률이 결정되면 환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리콜 사유로 언급된 음극탭 접힘의 경우 재현실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남경 현대차 전용 생산라인의 양산 초기 문제로 이미 개선사항이 적용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대차의 BMS 충전맵 오적용의 경우 당사가 제안한 급속충전 로직을 현대차에서 잘못 적용한 것을 확인했고, 화재 연관성에 대해 추가적으로 확인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많은 소비자들의 애를 태웠던 코나 전기차 화재사건이 어느 정도 정리돼 가는 모습이다. 아직 양측의 입장차를 해결할 필요가 있어 보이지만, 우선 전면 교체로 소비자들에게 안도감을 심어줬다.
ESS와는 다른 결과, 무엇이 달랐나
지난해에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연달아 태양광 연계 ESS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국정감사에서까지 ESS 화재사고가 화두로 떠오를 정도로 뜨거웠지만, 아직도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덕분에 국내 ESS 산업은 표류하고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ESS 화재원인으로 배터리를 지목했지만, 정부는 두루뭉술한 결과로 혼란만 가중시켰다. 업계는 이번 판결과 지난해 ESS 판결의 다른 점을 대기업 유무로 보고 있다.
국내 ESS 업계 관계자는 “ESS 화재 당시 피해 당사자는 중소규모 제조기업과 민간 발전사업자”라며, “이번 전기차 화재에는 일반 소비자에 현대자동차라는 대기업이 껴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