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세계 최초 CSR 법제화... ESG에도 적극적

ESG는 전통적인 CSR에 대한 투자자들의 문제의식과 요구에서 출발했다.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재무적 성과 외에도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보호,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을 고려하고 기업 운영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도는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시행을 법적으로 의무화한 세계 최초의 국가로 알려져 있다. 인도는 2013년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실효성 확보, 투자자 보호 등 다양한 취지로 회사법(Company Act, 1956)을 개정하기 시작했으며 해당 법 제135조를 통해 CSR 활동 및 관련 공시를 2014년 의무화한 이후 2019년에는 관련 규정을 더욱 강화했다.
코트라에서 최근 발표한 해외시장뉴스에 따르면, 인도는 최근 3년 이내에 △총매출 100억루피 이상(한화 약 1,543억원) △순자산 50억루피 이상(한화 약 771억원) △순이익 5,000만루피(한화 약 7억7,000만원) 이상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기업에 모두 적용되며 유한책임파트너십(LLP) 형태의 법인을 제외한 모든 법인에 적용된다.
인도 증권거래위원회가 내년부터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 새로운 BRSR은 2019년 정부에서 발표한 기업책임 가이드라인(RBC Guidelines)에 기반했다. 2022년 3월까지는 대상기업(시가 총액 상위 1,000개 기업)들이 BRSR 보고서가 자발적인 사항이나 2022/23 회계연도부터는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ESG 펀드 현황; 지속가능채권 통해 46억4,000만달러 조달
금융조사기관 리피니티브(Refinitiv)에 따르면, 인도 기업들은 2021년 1월부터 7월까지 지속가능채권(Sustainable Bond)을 통해 46억4,000만달러를 조달했다. 지속가능채권은 그린본드(Green Bond)와 소셜본드(Social Bond)가 결합된 형태의 채권으로 기존 그린·소셜 채권보다 유동성이 크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상반기에만 조달된 규모는 2020년 한 해 조달금액(약 9,500만달러)의 약 5배 수준이다. 또한 이 금액은 인도에서 자금을 조달받는 수단으로 인도 내 차용자가 해외(비거주자)에서 대출을 받는 형태인 대외상업차입(ECB)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바클리스(Barclays Investment Bank)의 책임자 프라모드 쿠마르(Pramod Kumar)는 “ESG 준수 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가 증가 추세”라며 ESG는 인도 기업들의 투자자 및 주주에게도 기업 투자 시 중요한 의사 결정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이어 “인도의 지속가능채권 발행 규모가 2021년 말까지 80~100억달러로 연간 총 ECB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도 정부, ESG 경영 위한 적극적인 정책 추진
인도 정부는 매연 배출과 미세먼지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2020년 4월부터 새로운 배기가스 배출기준인 BS6의 도입을 2016년 2월에 결정한 바 있다. 규정 시행에 있어 관련 기업들의 차량 비용 인상 가능성을 앞세워 시행일 연기를 주장했으나 정부는 예정일인 2020년 4월 1일 규정을 시행했고 4월 1일 이후 BS6 차량만이 차량등록이 가능해졌다.
더불어 환경오염 해결을 위해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각 주정부에서도 환경 개선책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마하라슈트라주는 2020년 5월 1일부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했으며, 카나타카주와 타밀나두주는 환경오염 증가를 막기 위해 호수 주변의 공장 및 대규모 산업단지를 폐쇄하는 등 강력한 환경경영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델리주는 매년 특정 기간동안 차량 이부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델리의 주요 문제로 거론되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델리 2041 마스터 플랜(MPD)을 발표했다.
또한, 인도 정부는 삶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 노력으로 2014년부터 클린인디아(SBM Clean India)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정책은 수도권과 지방 4,043개 도시를 대상으로 국민 의식 수준 및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인도 정부의 대표정책 중 하나다. 총 2단계까지 발표됐으며 1단계에서는 인도 화장실 보급, 2단계에서는 폐기물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는 1단계 프로젝트를 통해 2021년 3월 기준 △비하르 △마하라슈트라 △마니푸르 △펀잡 4개 주를 제외한 32개 주의 가정용 화장실(IHHL)보급률이 100%를 기록하는 성과를 이뤄냈으며, 2단계는 2020년 4월 부로 시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인도 정부는 웰빙, 불평등 완화, 성평등, 빈곤층 및 여성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소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 기준, 총 193개의 UN국가 중 117위로 아직 ESG에 있어 초기 단계 수준의 국가라고 할 수 있으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정부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UN-SDGs)는 2015년 제70차 UN총회에서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결의한 의제로써 ‘2030 지속가능발전 의제’라고도 하며, 각 정부가 지속가능발전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인류 공동의 17개 목표다.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인간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십이라는 5개 영역에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또 인도 정부는 중앙정부의 효율적 거버넌스 노력과 함께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1인 기업 설립 규제를 완화하고 분쟁조정위원회를 신설했다. 과세수입 규모 500만루피 이하의 중소기업이 분쟁 규모 100만루피 이하일 경우 비대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전자법원 시스템 구축, 통관시스템 전면 비대면화 등 정부의 기업 관련 제도 및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투자자·기업인 80% 이상... 의사결정 ESG를 반영해야
인도의 주요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크리실(CRISIL)은 2021년 6월, 18개 산업 분야 225개 기업을 대상으로 ESG를 평가하고 이를 발표했다.
1~100점의 최종 점수로 표시되는 동 평가에서 폐기물 배출 및 자원 사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IT 및 금융 관련 업계는 고득점을 기록한 반면, 자원 사용률이 높고 환경오염물질 배출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은 대체로 낮은 점수를 획득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상위 5개 기업은 △Infosys(IT) △Mindtree(IT 및 컨설팅) △TCS(IT 및 컨설팅) △Wipro(IT 및 컨설팅) △Kotak Mahindra Bank(금융)이며 낮은 하위 5개 기업은 △Coal India(석탄) △JSPL(철강 및 에너지) △Godfrey Phillips(담배제조) △Star Cements(시멘트) △Vodafone India(통신) △India Cements(시멘트)이다.
CRISIL은 “ESG가 정부, 규제기관, 투자자, 대출기관, 기업의 결정에 중요한 지표”라고 설명하며 “이미 CRISIL 자체 설문조사에서 투자자 및 기업인의 80% 이상이 기업 의사결정에 ESG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ESG는 기업의 투자환경을 변화시켜 기업뿐만 아니라 투자자 역시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중요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트라 오윤식 인도 뉴델리무역관은 “글로벌 ESG 평가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평가에 따르면, 인도 내 ESG 경영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비교할 경우 전자의 수익이 더 높다”며, “그러나 ESG라는 개념이 기업들 사이에서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인도 기업들의 본격적인 ESG 경영 행보는 일부 기업들에게 국한된 이야기”라고 전했다.
이어 “MSCI에 따르면,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는 인도의 상위 4개 기업이 전체 ESG 활동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상위 10개 기업은 전체의 72.6%를 차지한다. 이처럼 ESG 경영이 인도 기업들에 자리잡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델리 주정부 싱크탱크인 DDC의 재스민 샤 부의장은 “무역관과의 회의에서 ESG 측면에서 우리 기업들과의 협업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히며, “코로나19 극복을 포함해 환경 보호 및 사회 발전을 위해 DDC가 다양한 활동을 하는 등 중앙정부 뿐 아니라 주정부 역시 ESG를 정부 운영의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오 무역관은 “인도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함께 인도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인정받고 동시에 우리 진출기업들이 인도에서 투자자들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시스템적으로 확립된 ESG 경영을 추진하고 ESG 리스크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우리 기업 및 투자자들은 코로나19의 위험 속에서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인도 기업들의 ESG 경영 활동 및 정부 정책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