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국감_⑧] 거대한 목표 그린 ‘K-RE100’ 난항 중... 참여율 높여야

기업의 사용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며 올해 출범한 정부사업 ‘K-RE100’의 참여율이 여전히 바닥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K-RE100’은 산업용·일반용 전기 소비자들이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구매 및 사용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산업통상자원부가 도입한 제도다.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이 참여 중인 ‘RE100’ 캠페인을 국내 사정에 맞춰 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이행수단으로는 한전으로부터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녹색프리미엄,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 이행에 활용되지 않는 △REC 구매, 한정 중개로 전기소비자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간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해 전력과 REC를 구매하는 △제3자PPA, 전기소비자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일정 지분을 투자하고 해당 발전사와 제3자 PPA 또는 REC 계약을 별도로 체결하는 △지분 참여,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보해 직접 전력을 생산하는 △자체 발전 등 총 5가지가 있다.
그러나 이번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는 K-RE100을 두고 여야 모두 쓴소리를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은 K-RE100 참여기업은 5.14% 불과하다고 지적했고,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도 K-RE100에 참여하고 있는 각 기업의 실제 이행률을 지적했다.

신영대 의원 “K-RE100 당위적 접근 아닌 인센티브 등 ESG 지원에 포함돼야”
신영대 의원이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공공기관 350곳 가운데 K-RE100 참여기업은 5.14%인 18곳에 불과했다. ‘2019년 결산기준 기업규모 현황’을 기준으로 기업 참여율을 보면, 전체 대기업 2,565개 중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를 포함해 1.16%인 30곳이 참여했으며, 중견기업은 전체 5,007곳 대비 0.13%인 7곳, 중소기업은 전체74만5,105곳 대비 0% 4곳에 가까운 수준이다.
하지만 글로벌 RE100이 올 8월 기준 작년 가입기업(지난해 8월 191곳) 대비 67%(올해 320곳) 증가 추세를 보인 것과 달리 국내 기업들의 K-RE100 참여율은 저조한 수준이다.
참여기업·지자체 62곳 중 59곳이 이행 수단으로 선택한 ‘녹색프리미엄’의 경우, 한국전력공사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물량 1,782만7,000MWh의 6.9%인 123만7,595MW만 낙찰됐다. 하반기엔 참여기업이 더 줄어 전체 물량 1,231만9,000MWh의 1.6%인 20만2,798MWh만 낙찰되는 데 그쳤다.
녹색 프리미엄 상반기 참여기업의 작년 전기사용량과 비교해보면 대부분이 지난해 전력사용량 대비 10% 미만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K-RE100’ 참여기업들의 이행수단이 녹색프리미엄으로 쏠려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낮출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낙찰 형태로 에너지를 구입하는 녹색프리미엄은 REC보다 전력 단가가 낮고 에너지 전환 목표치 달성이 간편하지만 시장이 활성화될수록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신 의원은 “EU 등으로부터 한국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치를 40% 이상으로 상향하라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된 RE100의 달성이 저조하게 되면 국내 산업 형편에 매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업들의 낮은 참여율에 대한 철저한 원인 분석을 통해 K-RE100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녹색프리미엄은 기본요금에 추가요금을 납부하는 기부금 형태의 낙찰제이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구조라 볼 수 없다”며, “K-RE100은 당위적 접근이 아니라 인센티브 등으로 ESG 경영을 지원하는 ‘참여 활성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했다.

구자근 의원 “대기업 팔 비틀기 정책으로 한전 손실 보상금만 만들어 내나”
구자근 의원은 ‘한국형 RE100 사업’의 대기업 실제 이행률이 2%대로 저조함을 밝히며 ‘무늬만 탄소중립선언’ 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산업부가 K-RE100이 대기업만을 위한 정책 설계였다는 것을 시인했다는 점을 들어 이 제도가 또 다른 ‘대기업 팔 비틀기’ 규제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자근 의원이 한국전력과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녹색프리미엄’은 총 3만146GWh의 입찰 물량 대비 4.6% 수준인 1,441GWh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졌고, 특정 업체 몇 개를 제외하면 평균 2% 수준의 이행률을 보여 정부와 참여기업들의 선전에 크게 미치는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최초로 RE100 가입을 선포한 SK 계열사 중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0.1%로 가장 낮았고, 그룹사 가입을 주도한 SK 역시 1.5%의 이행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각각 3.2%, 0.1%의 이행률을 보였다. 연간 230만4,964MWh의 전력을 사용하는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RE100에 참여 선언을 하고도 K-RE100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도를 운영하는 한전은 사용량 대비 0.5%인 1,683MWh, 한수원을 비롯한 발전자회사는 0.5%에도 미치지 못하는 0.06%~0.49% 수준만 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 의원에 따르면, K-RE100을 설계한 산업부는 지난 6월 열린 ‘RE100 활성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K-RE100은) 전력소비가 많은 대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써야한다는 취지로 제도를 만들었다”고 밝혀 사실상 대기업만을 염두에 둔 정책임을 시인했는데 사실상 대부분의 대기업이 전혀 참여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RE100 캠페인은 생산공정의 전력사용량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자는 취지인데 이렇게 대기업의 참여가 2% 수준에 머물게 되면 나머지 이행물량을 공정과정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이 떠안게 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편, K-RE100은 탄소중립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그동안 낮은 전기료로 큰 손실을 감당해온 한전에게 합법적으로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주기 위해 계획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녹색프리미엄 제도에 따르면 한전의 계획 물량(3만146GWh)을 최저가인 10원/KWh로 판매할 경우 연간 약 3,000억, 최고가로 계약한 넥센타이어의 금액을 반영하면 최대 9,000억원 이상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자근 의원은 “산업부가 대기업을 타깃으로 설계하면서 ‘대기업 팔비틀기’라는 또 다른 규제로 변질되고 있다”며, “굳이 정부 주도로 하겠다면 대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포함해 우리 산업계 전부를 포함하는 정책을 고민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구 의원은 “마련된 재원은 전담기관인 한국에너지공단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하도록 돼있다”며, “일각에서는 발전사업을 준비 중인 한전의 손실보상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전기사업법 통과 이후에도 한전을 통한 사업추진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