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국감_⑫] 뜨거운 감자 ‘K-ESG’... 상생과 지속가능성 위한 지표 나와야

우리 정부는 중견·중소기업의 ESG 초기 진입부담을 완화하고, 산업 전반의 ESG 경영 확산을 위한 지원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특히 국내외 주요 13개 평가지표·항목을 분석해 ESG 이행·평가의 핵심사항을 제시할 계획으로,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말 ‘K-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주목적은 정부주도의 평가나 민간 평가시장에 대한 정부개입 목적이 아닌, 우리 기업의 ESG 경영 역량 제고 기회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진정한 상생협력을 위해서는 내실 있는 지표가 개발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여야 모두 ESG 확대가 협력사서는 강요나 갑질로 받아들일 수 있어 보다 현장성 있는 지표가 개발돼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기업경영의 표준이 될 ESG 지표 개발 내실화로 지속가능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은 “기업에 ESG 갑질 악용 우려가 있다”며, “플랫폼 기업들의 ESG평가는 신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강훈식 의원, “골드러쉬 ESG 시장... 진정한 상생협력 고려한 내실 있는 지표 개발 필요”
ESG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겠다는 산업부가 ESG 평가지표 개발 작업을 용역기관에 맡겨두고, 협력사에 대한 ESG를 사실상 강요하는 지표를 큰 비중으로 포함시키는 등 지표 개발에 문제가 많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 5일 열린 산업부 국정감사에서 강훈식 의원은 “ESG가 산업 내 경영의 표준이 되는 상황에서, 산업부가 용역기관에게만 지표 개발을 맡길 것이 아니라 직접 철저히 검증, 수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협력사에 대한 ESG 지원이나 동반성장 정도 보다 협력사에게 ESG를 요구하고 있는지가 사회적 책임 분야에 중요 지표로 포함돼 있어 불합리하다”고 지적하며 이를 시정하도록 요구했다.
생산성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해 국내 언론의 ESG 관련 보도량이 지난 10년간 평균의 15배에 이르고, 유명 로펌, 대기업 연구소 등이 주도하는 ESG 관련 경영컨설팅, 교육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강 의원은 “한 경제단체는 ESG 자격증을 신설했고, 유명 경제신문은 가입비 일-이천만원 대의 초호화 ESG 클럽을 만드는 등 참가비가 수백만원 대에 달하는 세미나, 시상식은 일상이 될 정도로 ESG가 골드러쉬 시장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에 산업부는 2019년부터 생산성본부를 통해 지표 초안을 개발하고, 2020년 코스피 시총 2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파일럿 테스트를 거친 후 업계 의견수렴을 통해 연말까지 지표를 확정하는 과정에 있다”며, “정부 주도의 평가지표를 만드는 데 대한 우려도 있지만, 국내외 평가지표가 600여개로 난립해 기업의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바람직한 시도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다만 200대 기업에 대한 파일럿 테스트 점검결과, 온실가스 배출, 산재 등으로 비판받는 모 기업과 그 계열사가 200대 기업 중 각각 7위, 10위를 기록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일부 기업이 높은 등급을 받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특정 기업의 기업연구소가 일부 분야의 평가 문항 적절성 검토에 참여해 평가문항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강훈식 의원이 공유한 자료를 종합하면, 산업부는 가이드라인 개발 과정의 일부라는 이유로 생산성 본부로부터 200대 기업에 적용한 파일럿 테스트 결과를 받지도 않은 채, 지표의 적용 여부에 대한 검증을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지표 초안의 사회적 책임 항목에 협력사 관련 항목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협력사의 ESG 도입 여부가 중요한 지표로 책정돼 있어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강훈식 의원은 “테스트 자체가 본질은 아니지만, 파일럿 테스트 결과물을 보니 정보가 불충분 하면 임의 값을 부여하는 등 한계도 있다”며, “이러한 부분이 누적되면 정부가 만드는 지표에 대한 신뢰성이 훼손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협력사와의 동반성장 정도보다 대기업이 협력사의 ESG 도입 여부를 고려하고 관리하느냐가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해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라며, “더욱이 협력사의 ESG를 얼마나 지원하는지와 같은 실질적인 상생 항목은 포함되지 않아 불합리하다”고 지적하고 산업부에 해당 항목의 지표 개선을 요구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1일 중소기업중앙회의 보도자료로 나온 설문조사 내용은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으로부터 ESG 평가를 요구받고(12.0%), 거래처의 평가 미달 시 대기업은 ‘개선 요구 후 미개선 시 거래정지(47.2%)’를 하고 있으나, 평가 요구 거래처의 지원 수준은 ‘전혀 없거나(52.8%)’ ‘약간의 지원은 하고 있으나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30.6%)’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협력사 ESG에 대한 지원 없이 ‘협력사 선정시 ESG 성과를 고려하느냐’, ‘협력사의 ESG를 평가, 관리하느냐’가 협력사에 대한 사회적 책임 분야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표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강훈식 의원의 지적에 대해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표의 정합성과 관련해서 산업부에서 직접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며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하며, “상생협력분야의 지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ESG가 산업 내 경영의 대세를 넘어 표준이 돼 가는 상황에서 산업부가 지표개발을 용역기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철저히 검증, 수정하고, 혼탁한 시장을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을 만드는 작업을 주도해야 한다”면서,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책임과 관련한 실제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평가지표를 개발해 우리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재 의원, “산업 상생 구조 필요... 플랫폼 기업들의 ESG 평가 신중해야”
5일 산업부 국감에서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은 재계의 큰 화두인 ESG에 대한 산업부의 준비 상황에 대해 질의하고 연말에 발표 예정인 K-ESG 지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 의원은 최근 ESG 열풍은 자본주의의 거대한 흐름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서 주주들만의 이익을 절대시하던 ‘주주자본주의’에서 대기업과 공급망 사슬 전체를 아우르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산업부 장관의 ESG에 대한 이해도를 물었다.
최 의원은 ESG의 본질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얽힌 공급망 문제이며 대기업에 협력하고 있는 모든 공급자가 모두 이익을 보는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라고 재정의하고, K-ESG 중 S(사회적 책임) 부분의 문제점을 두 가지 측면에서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첫 번째는 1996년 나이키의 축구공을 만드는 파키스탄의 어린이 노동 실태를 예로 들며 각종 사회공헌이나, 근로 관행, 윤리적 협력 관계만을 ‘S’ 항목으로 평가할 경우, 지금 플랫폼 기업들은 S(사회적 책임)에서 높은 등급을 받게 되는 모순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달의민족, 쿠팡, 카카오 등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ESG 중 S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봐야 할지 물으며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공급자 라인을 착취하는 것은 나이키의 축구공을 만드는 어린이 노동보다 심각한 문제”라고 전제한 뒤, “이들 기업은 적어도 현재 산업부가 작성하고 있는 K-ESG 항목 기준으로는 S 부분에선 우량 기업으로 평가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K-ESG 지표 개발에 신중할 것을 주문하며 자신이 플랫폼 기업들의 S 항목을 평가한다면 “카카오, 배민은 적어도 제 기준에선 0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ESG로 완전한 갑질이 합법적으로 가능해질 텐데 이 부분에 대한 산업부의 대책이 무엇인지” 물었다. 문 장관은 “기업들을 직접 평가하기보단 중요한 지표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설정해 기업들이 사회 전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답변했다.
최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앞으로는 공급망 상위에 위치한 ‘대기업’이나 ‘플랫폼기업’들과 ‘중소기업’들의 실질적 상생 구조를 만들어야만 우리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 뒤, “향후, ‘대기업, 플랫폼기업들’의 ESG 평가 기준이 만들어지고, 이것을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요구하기 시작하면 ESG 경영 때문에 중견기업 소기업 중소상공인 자영업까지 전부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 후 K-ESG 지표는 관련 업계의 의견을 청취해 수정해 줄 것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