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e뉴스] 프랑스, 탄소중립은 원자력과 함께 간다... 소형원자로에 주목

지금 세계는 기후위기에 대응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산업화 이후 높아져만 가고 있는 지구 온도 낮추기에 집중하고 있다.
얼마 전 16년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시대의 종료를 공식화한 독일 총선에서도 기후, 친환경 에너지와 관련한 공약이 주를 이뤘으며,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고 있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도 전 세계 기후 전문가들이 모여 열띤 논의와 협력을 이뤄내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와 프랑스도 국가의 미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기후 및 에너지 정책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은 COP26에서 “화석연료를 태워 생산한 에너지를 소비해 경제를 키운 건 선진국인데 피해는 그럴 기회가 없던 나라들이 먼저 입고 있다”며, “작은 섬나라들, 원주민들이 이상기후의 제일 큰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월 12일 프랑스는 300억유로 규모의 미래산업 육성 투자계획 ‘France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에서는 원자력과 친환경 에너지 모두 상당한 비중으로 가져가는 정책 방향이 담겼다. 더 앞서 지난해 12월 마크롱 대통령은 자국 원자로 제조회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원자력은 미래에도 프랑스 전력공급의 핵심 부문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있다.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의 행보와 비교되기도 하지만 실용주의적인 선택이라는 평가도 있다. 재생에너지 전환에 있어 간헐성과 수요 충당 등 단점 보완을 위해 독일을 제외한 세계 주요국가들은 원전을 활용해 탄소중립 실현을 구상하고 있기도 하다.
유럽 내 인구당 탄소배출 가장 적은 프랑스... 글로벌 원자력 보유는 세계 2위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세계 원전 인사이트’ 보고서에 정리된 글로벌 원전 동향을 살펴보면, 올해 11월 1일 기준 전 세계 33개 국가에서 442기의 원자로가 운영 중에 있으며, 총 설비 용량은 394.5GW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북미 112기, 극동아시아 112기, 서유럽 104기, 중앙&동유럽 74기, 중동 및 남아시아 31기, 남미 7기, 아프리카 2기가 운영 중이며, 노형별로는 PWR 305기, BWR 62기, PHWR 48기, GCR 12기, LWGR 12기, FBR 3기 순이다.
2000년 이후 원전 설비용량의 추이를 살펴보면 2018년까지 꾸준히 증가했으나 최근 들어 다소 감소 추세에 있으며, 원자로 수 측면에서는 2013년부터 증가했으나 이 역시 2018년부터 다소 감소하고 있다.
최근에도 중국, 러시아 등에서 신규건설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지만 2018년 대비 2020년에 일본에서 9기, 미국 3기가 중지되면서 감소세로 전환됐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93기(95.5GW)로 가장 많으며, 프랑스 56기(61.4GW), 중국 52기(49.6GW), 일본 33기(31.7GW), 러시아 38기(28.6GW), 한국 24기(23.2GW) 순이다.
프랑스는 11월 1일 기준, 총 56기의 원자로(총 발전용량 61.370MW)를 운영하고 있으며, 원자로 1기(1,630MW급 Flamanville 3호기)를 건설 중에 있다. 영구 정지된 원자로는 총 14기(총 5,549MW)이며, 추가적으로 신규 EPR2 6기 건설도 계획 중이다.
2020년 프랑스의 총발전량은 532.5TWh이며, 발전원별 비중은 원자력 66%, 수력 13%, 재생에너지(풍력, 태양광, 지열) 10%, 가스 7%,바이오매스 2%, 석탄 1%, 석유 1%로 기록됐다.
2017년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 같은 해 11월 정부는 원자력 발전 비중을 기존 75%에서 50%로 감축하는 일정을 기존 2025년에서 2030년 또는 2035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고, 2019년 4월 30일 프랑스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국 실현을 위해 전력 믹스에서 원자력 비중 감축(기존 75%에서 50%로 감축) 일정을 기존 2025년에서 2035년으로 10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France 2030’ 투자계획 발표... 소형원자로 ‘SMR’ 주목
코트라에서 최근 발표한 해외시장뉴스에 따르면, 프랑스는 당장 2022년부터 5년 동안 시작될 ‘France 2030’ 투자계획에서 에너지 분야에 가장 많은 액수를 배정했다. ‘탈탄소 프랑스 건설’을 위해 총 80억유로의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며, 마크롱 대통령은 혁신적 원자로 개발, 그린 수소에너지 리더 국가, 산업 전반의 탈탄소화 달성을 주요 과제로 삼고 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처럼 프랑스 정부가 자국의 미래 산업으로 에너지 산업, 그중에서도 원자력을 선택한 것이 주목되고 있다. 그동안 프랑스의 탈원전, 그린에너지 개발 기조에 비춰 볼 때 상당히 파격적인 전략이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2015년 이후 감소세를 보였으나, 마크롱 정부가 들어선 이래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기조는 지키되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는 실용주의적 접근을 유지하고 있다.
탈탄소화를 위해 화석에너지 의존도는 낮추는 한편, 원자력 발전 감축은 반드시 에너지 주권을 유지할 수 있는 속도로 진행돼야 한다며 원자력 의존도 50% 달성 시기를 기존의 2025년에서 2035년으로 늦추기로 했다.
마크롱 정부는 최근 한발 더 나아가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이 필수라고 보고, 원자력에너지를 친환경 에너지 전환으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비전을 계속해서 제시하고 있다.
주요 일간지 르피가로(Le Figaro)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오해 7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제도 순방 중 “우리는 유럽 내에서 인구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은 국가다. 우리에게는 오랜 역사의 원자력 발전이 있기 때문이다”고 밝히며 원자력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이러한 원자력 유지 기조는 친환경 에너지의 확대 발전 속도가 아직까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을 포기한다면 지금의 탈탄소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인 것으로 파악된다.
유럽연합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늘고 있다. 일간지 르몽드에 따르면, 탈탄소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이용하던 모든 동력장치를 전기화해야 하는데, 이때 원자력 발전 없이는 그 수요를 충족하는 전기를 현실적으로 생산하기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소형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에 주목하고 있다. 300MW로 기존 1GW 대비 적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지만 원자로를 필요로 하는 현장에 옮겨 설치할 수 있어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제작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 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내 여론, 친환경 방향성 두고 갑론을박
프랑스 정부는 친환경 에너지의 확대 생산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오고 있다. 경제 전문 인터넷 신문 유진누벨(Usine Nouvelle)에 따르면, 임기 초 2018년 발표했던 에너지 정책의 세 가지의 핵심은 △탄소세 부과 △국영 전기회사 EDF를 통한 원자력 발전 컨트롤 △지속가능한 에너지 개발이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2030년까지 지상 풍력발전소 규모를 3배 늘리고 태양광 에너지 생산량을 5배 늘리며 해상 풍력 발전소 건설을 약속했었다.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대체 에너지 개발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오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참여하는 ITER(국제열핵융합실험로) 프로젝트는 원자력 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핵분열 방식의 핵융합 발전 기술을 개발하고 이에 따른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제 프로젝트이며, 현재 프랑스 남부 지역에 핵융합장치 토카막을 건설 중이다.
코트라 곽미성 프랑스 파리무역관은 “친환경, 지속가능 경제, 그린에너지 등 탄소중립 사회 실현 이슈는 프랑스 및 유럽연합 국가 경제 전반에서 첨예한 의견 대립을 이루는 뜨거운 감자가 된 지 오래됐다”며, “우리 기업 역시 각종 규제로 구체화될 프랑스 및 유럽연합의 정책 전반에 대해 꾸준한 정보 수집을 통한 민첩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곽 무역관이 직접 인터뷰한 관계자들 발언에서 에너지 컨설턴트 브르낙(Brenac) 씨는 “오늘날에는 더 이상 원자력 발전을 태양광 발전 또는 풍력 발전의 대척점으로 여길 수 없다”며,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을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보조 수단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마크롱 정부의 그린에너지 정책의 방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내용을 소개했다.
더불어 마크롱 정부의 그린에너지 정책은 진정한 의미에서 친환경 에너지 정책으로 볼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소개했다. 원자력 산업 감시 NGO 단체의 롬(Lhomme)씨는 “소형원자로의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충분히 많은 양의 전기를 생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