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헬스케어의 역습

흔히 접할 수 있는 TV나 인터넷 광고에서 건강기능식품 광고를 볼 수 있는 것은 너무나 흔한 일이 되었다. 비타민 A. B, C 등 기본적인 비타민 성분을 하루권장섭취량 정도만 보충해주는 종합비타민 제제를 넘어 같은 성분이더라도 높은 함량을 가진 고함량비타민 제제, 아르기닌·크레아틴 등 헬스전용보충제와 같이 특정 목적을 위한 영양제, 관절염 회복을 위한 글루코사민과 같은 병증 완화 및 회복을 위한 영양제 등 각 기업이 다양한 목적에 맞는 여러 제품을 출시하면서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크게 성장하였다.
건강한 몸을 위해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는 것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더 이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명절에 주고 받는 선물 중 건강기능식품이 좋은 선택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그다지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근본적인 생활의 변화
미국 코넬대학교 영양생화학 명예교수이자 ‘미국암연구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오랫동안 미국 보건의료 정책 자문 역할을 담당한 콜린 캠벨 박사는 베스트셀러 『무엇을 먹을 것인가』의 후속작 『당신이 병드는 이유』에서 현대 영양학의 맹점과 이해관계자들의 힘겨루기로 인해 왜곡되어 버린 정부의 보건정책의 현실에 대해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특정한 병에 딱 맞는 해결책은 존재할 수 없으며 현대의학의 치료법이 부작용을 반드시 동반하는 것이 그 증거 중 하나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과학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환원론과 총체론이 그것이다. 환원론은 어떤 현상의 원인을 좀 더 세부적인 요인에서 찾는 태도를 뜻한다. 반면 총체론은 다양한 요인이 한데 어우러져 어떤 현상을 일으키는 큰 그림을 조망하면서 원인을 파악하는 태도를 뜻한다. 저자는 이를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모양 즉, 맹인모상(盲人摸象)’의 예시를 통해 설명한다. 맹인 여러명이 코끼리를 만져 묘사하는 경우, 코를 만졌다면 코끼리를 기다란 뱀과 비슷하다고 할 것이며, 상아를 만진 경우 얇고 딱딱하다 할 것이며, 귀를 만진 경우 커다란 돛과 같다 묘사할 것이다. 이들은 각자가 느낀 대로 코끼리를 판단하고 묘사할 것이며 서로 틀렸다고 다투어 결국 코끼리의 정확한 모습은 누구도 알지 못하게 되고 마는 형국이 바로 환원론이라는 것이다.
MFO효소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건강을 위한다고 하는 행위들이 오히려 건강을 망칠수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저자는 환원론을 의심하지 않고 믿었던 과거 자신의 믿음을 송두리채 뒤바꿔버린 MFO효소를 통해 설명한다. 땅콩에는 간암을 일으키는 아플라톡신이라는 성분이 존재하는데 MFO 효소가 이를 덜 치명적인 성분으로 분해하여 인체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MFO 효소는 단백질이 풍부할수록 활동이 활발해지는 현상이 관찰되었기 때문에 당시의 저자는 단백질의 충분한 섭취가 아플라톡신으로 인한 간암 발생을 억제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오히려 고 단백 식이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아플라톡신으로 인한 간암의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접한 저자는 연구 끝에 MFO 효소가 아플라톡신을 해소한 후 일반적으로 배출되는 유해하지 않은 물질과 아주 짧은 시간만 존재하지만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에폭시드라는 치명적인 유해물질을 동시에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저자는 MFO가 어째서 유해물질을 정화하는 동시에 다른 유해물질을 발생시키는지에 대해 규명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문제는 MFO가 체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효소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효소들은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기존처럼 아플라톡신을 해소하기 위해 MFO 효소만 활성화하는 환원론적 치료를 수행한다면 다른 암이라는 부작용으로 돌아온다는 것이 환원론의 한계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 MFO 연구를 진행하면서 환원론적 시각에 대한 한계와 문제를 자각했다고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환원론적 시각이 주류가 된 이유는 의료계, 제약사, 시민단체, 정부 등의 이해당사자들의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바로 총체론적인 접근법보다 환원론적인 접근법이 더 큰 이윤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환원론적인 치료는 대부분 부작용을 유발한다. 그러면 그 부작용을 대상으로 하는 환원론적인 치료가 소비된다. 부작용을 치료하는 조치는 다시 부작용을 낳고 이 부작용을 치료하는 소비가 생성된다. 이런 끝없는 순환의 고리는 지속적으로 수익을 낳는다. 이해당사자들이 이를 포기할 수가 없다.
여러 선택지를 강요하는 사회
더불어 사람들이 과학에 갖는 기대도 환원론이 공고해지는 데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질병에 대한 무작위성의 종말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병에 걸리고 어떤 이는 건강하게 산다. 이는 삶의 모습에 따라 어느 정도 예측이 되는 부분이 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질병을 얻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불확실성을 끝내길 바라기 때문에 특정 질병에 대한 원인과 치료법을 확실히 말하는 환원론이 개인의 생활습관, 식습관 등을 바꿔야 건강하다고 말하는 총체론보다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환원론적인 시각은 점차 한계를 맞고 있고 이에 대해 총체론적인 접근이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점점 확보되고 있다. 효소 하나만 하더라도 다른 효소와의 관계, 섭취한 영양소의 농도에 따른 작용 등 작용의 가짓수를 전부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인데 인체의 모든 작용을 인지적으로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인체의 특정 병증이 특정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그것만 제거하면 치료될 수 있다는 환원론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생활의 변화를 요하는 총체론적 시각을 선택지의 하나로 고려하는 변화가 도래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