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로 여름을 건강하게

30년 쯤 전, 우연히 서양 박하차를 마실 기회가 있었다. 워낙 박하향을 좋아하는지라 향기와 함께 마시는 박하차가 그리도 좋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당장 백화점에 가서 독일에서 수입한 박하찻잎과 펜넬을 구입했다. 둘 다 위장을 편하게 해 주는 차라 가끔 소화가 되지 않을 때 마시면 꽤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박하나 펜넬은 인간에게 유익하게 이용되는 식물이니 허브라고 불리는 것이다.
허브는 차로 마실 수 있을 뿐 아니라 요리, 향신료, 살균제, 살충제, 방부제 등 매우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여름이 되면, 우리 집에는 수시로 계피향이 퍼진다. 모기나 진드기 등이 계피향을 싫어하니 계피 증류액을 침대나 소파에 뿌려준다. 그런가 하면, 우리가 늘 먹고 있는 마늘이며 양파, 고추 등도 허브에 속한다. 마늘이나 양파가 몸에 좋은 건 두 말하면 잔소리다. 이렇게 이 세상에는 대략 3000여 종의 허브가 있다고 한다.
허브의 역사
이 책은 이러한 허브의 역사, 관련된 다양한 전설과 신화, 허브 관리법, 25개 대표허브의 특징과 효과 그리고 허브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 등을 꽤 알차게 구성해 놓았다. 더운 여름이라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책 속의 정보를 잘 활용한다면, 건강한 여름나기는 물론, 환절기도 무리 없이 잘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올 가을, 코로나19의 2차 대 유행이 점쳐지고 있으니 만큼, 미리미리 건강관리를 잘 해 놓으면 좋을 것이다.
인간이 허브를 언제부터 사용했을까? 책의 정보로 말하자면, 약 6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묘에서 허브가 발견되었다고 하니 적어도 6만 년 전부터 허브와 인간은 공생을 한 셈이다. 특히, 질병 치료에 이용한 기록으로는 중국이 최고(古)이며, 힌두교 성전 리그베다에도 허브를 활용한 치료법에 대한 기록이 있다.
그런가하면 지금으로부터 약 5000년 전의 아시리아 점토판에는 250여 종의 허브 이름이 기록되어 있고, 고고학적 유물을 바탕으로 볼 때, 고대 이집트인들은 일상생활에서 허브 사용이 일반화되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러 가던 동방의 3인이 유향과 몰약과 황금을 가지고 가는데, 그 중 유향과 몰약은 바로 아로마테라피에 쓰이는 에센셜 오일이다.

로마가 망한 후, 유럽은 모든 문화가 죽어가던 암흑기로 허브의 다양한 용도도 폐기되는 시기였다. 다행히 연금술을 연구하던 아랍인들에 의해 에센셜 오일이 부활하였고, 십자군 원정 기간에 유럽으로 에센셜 오일 증류법과 다양한 허브가 다시 유입되었다. 놀라운 것은, 유럽에서 일어났던 콜레라나 페스트 유행 때, 허브 방향유를 사용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전염병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허브의 살균효과, 소독효과가 증명된 셈이다. 그 후로 에센셜 오일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활발하게 일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소리나 냄새 같은 것으로 사람의 기분을 좋게도 나쁘게도 할 수 있고, 질병을 치유하거나 죽음에 이르게도 할 수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몸이 매우 약했을 때, 담배 냄새나 매연 냄새를 맡으면 극심한 두통이 일어 그 날은 하루 종일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외출을 하게 되면 반드시 손수건으로 코를 틀어막고 다녔다. 그런가 하면, 로즈마리향, 커피향 등 좋은 냄새를 맡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 즉, 악취는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고, 향기는 반대로 인체를 회복하는 힘이 있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피부를 통해서도 허브는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바로 허브를 활용한 목욕 요법이나 오일을 활용한 마사지 요법을 꾸준히 하면, 부작용 없이 여러 가지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또 우리는 가볍게는 허브로 차를 우려내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여러 허브를 한꺼번에 넣고 달여서 마시며 질병을 치료하기도 한다. 이렇게 허브는 오감이란 입구를 통해 인체로 들어와 매우 다양한 영향을 인체에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로즈마리의 추억
실제로 16세기 유럽에서는 대학에서 식물학과 약학 수업을 위해 허브 가든을 조성하여 허브를 재배했으며, 신대륙 발견 이후, 새로운 대륙의 새로운 허브를 속속 들여와서 재배하고 연구했다고 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약 중에도 처음에는 허브 연구를 통해 약리작용을 확인한 후, 그 유효성분으로 대량 생산을 해 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껍질 추출물로 만들어진다. 동의보감을 찾아보면 버드나무 껍질은 해열이나 진통 등에 사용한다고 되어 있다. 즉, 버드나무 껍질은 아주 오래 전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약으로 사용해오던 허브였다. 그런데 꾸준한 허브 연구와 화학, 기술 등의 발달로 인해 버드나무 껍질 성분 중 아세틸 살리신산의 약리 작용을 발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누구나 약국에 가면 큰 돈 안 들이고 아스피린을 사서 복용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고혈압, 심장병이 있는 사람들은 100ml이하의 아스피린이 치료제로 처방되기도 한다.

홈 허브
이렇게 유용한 허브를 집에서 기를 수 있다면 참 좋을 것이다. 요즘은 서양의 다양한 요리를 집에서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조리 과정에 이런 저런 허브가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집에서 여러 가지 허브를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을 때가 있다.
3년 전에 로즈마리 씨앗 10개를 심어 처음에 싹 하나가 나왔고, 1년이 지나 2개가 더 싹이 나왔는데, 그 중에 맨 처음 싹이 난 것만 살고 나머지는 죽고 말았다. 책을 보니 로즈마리는 습하면 안 되고 볕이 좋아야 한단다. 또 가을에 분갈이를 하지 말란다. 죽은 2개는 가을에 분갈이를 했다! 다행이도 살아남은 귀하디귀한 로즈마리 한 그루는 책이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로즈마리가 성공하여 무성해지면 또 다른 허브도 시도할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