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울음이란 이름의 설득

공정거래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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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 순간부터 책 '설득의 심리학'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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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뉴스DB

이 책을 읽는 내내 달콤한 과즙으로 탱글탱글한 오렌지를 계속 먹고 있는 기분이었다. 풍부한 사례와 경험들로 가득 찬 글은 지루할 틈이 없어 읽기를 멈추기 힘들었다. 그런가 하면 등골이 서늘하여 호러 영화를 보는 것 같을 때도 많았다. 설득의 달인에게 걸려든 인간은 자신의 시간, 재물 심지어 목숨까지도 다 내어줄 수 있다는 생생한 증거가 펼쳐지고 있었고, 인간은 권위에 복종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다른 이를 학대하는 것을 멈추지 못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목도했다. 그런가 하면, ‘맞아, 맞아’를 연신 되뇌거나 박장대소를 하기도 했다. 사례들이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겪었던 일과 너무도 일치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설득하기에 돌입한다. 울음이라는 단 하나의 설득전략으로 생존에 필요한 대부분의 것을 얻어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설득을 당하는 것이 무엇인지 체득하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설득하기와 설득당하기 사이의 줄다리기를 하게 된다. 따라서 설득의 기술을 잘 연마하거나 그런 기술에 잘못 휘말리지 않는 판단력을 기른다는 것은 인생을 잘 살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다.

고맙게도 저자는 이렇게 중요한 설득의 기술들을 재미있으면서도 합리적인 근거를 대어 설명함으로써 독자가 그것들을 습득하고 싶도록 잘 설득하고 있다. 구성 또한 매 Chapter마다 간단한 요약을 해주어 내용을 되새겨보게 했고, 생각해 볼 거리를 제공하여 능동적인 독서가 가능하도록 했다.

싼 건 비지떡, 비싼 건 좋은 것?

인간은 ‘고정행동패턴’을 가지고 있다. 이는 누르면 작동하는 자동화 반응, 즉 어떤 행동이 촉발되게 하는 유발요인이 내 안의 스위치를 터치하면 나는 어김없이 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지름길 반응은 매우 효율적이며 경제적이다. 예를 들어, ‘싼 건 비지떡’, ‘비싼 건 좋은 것’, ‘전문가의 말은 진실’ 등은 대체로 옳고, 자동적으로 반응을 했을 때 우리는 대체로 괜찮은 결과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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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뉴스DB

하지만 단순히 ‘싼 건 비지떡’이란 정보에만 반응을 하다보면 판매자가 사정이 있어 정말 비싼 물건을 싸게 팔 때 그 기회를 놓치게 된다. 또 ‘전문가의 말은 진실’만 믿다가 전문가를 사칭한 사람에게 사기를 당할 수도 있다. 이렇게 대체로 득이 되지만 엄청난 실수를 유발할 수도 있는 지름길 원칙, 고정행동패턴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관성의 이름

우선, 상호성의 원칙이다. 무엇이든 받은 대로 갚아야 한다는 이 원칙 덕분에 우리는 관계를 지속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인류 문화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이 원칙을 교육받으며 자라다보니 누군가 내게 호의를 베풀면 갚아야 한다는 부채감이 생기고, 그가 무언가를 부탁하면 들어준다.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며 사는 게 잘 사는 거다. 문제는 빨리 그 부채감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어 엉뚱한 부탁도 들어주게 될 수 있다. 또 이런 인간의 속성을 이용하여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에게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다음, 일관성이다. 우리는 말, 신념, 태도, 행동 등에 일관성을 유지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높이 평가한다. 우리 스스로도 그런 사람이 되려고 혹은 그런 사람처럼 보이려고 매우 애쓴다. 무엇보다 사회적 평판을 떠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사는 데 매우 유리하고 편리한 지름길이다. 문제는 이것이 우리를 설득하는 명분이 되기 쉽다는 거다. 특히, 문서화된 생각이나 신념은 족쇄가 되어 사람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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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뉴스DB

바로, 한국전쟁 때 중공군에 잡혀갔던 미군포로들이 그 희생자들이다. 중국공산당은 일관성의 속성을 악용하여 미군포로들에게 공산주의를 찬양하게 만들고 동료를 배신하게 유도했다.

사회적 증거는 행동의 근거가 된다. 인터넷 쇼핑을 할 때 우리는 구매평을 열심히 읽으며 그 물건을 살지 말지 결정하곤 한다. 먼저 구매한 사람들의 평은 사회적 증거들이고 다음 행동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리는 행동을 취하기 위해 사회적 증거를 찾는다. 그런가하면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따라하는 성향이 있다. “철수가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어”라고 말하며 아이는 못하던 수영을 금방 배울 수도 있다. 이렇듯 사회적 증거나 유사성을 따라 사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신문 1면을 메운 자살기사는 또 다른 자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총기난동사건은 또 다른 총기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이 종교적으로 악용되어 집단자살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우리는 호감이 있는 사람의 부탁을 잘 들어준다. 연구 결과, 호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놀랍게도 외모가 1순위란다. 또 자신과 비슷한 사람, 자신에게 호의적인 사람, 익숙한 사람 등에게 호감을 느낀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오죽하면 상품광고를 위해 고액을 주고라도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인을 섭외하려고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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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설득의 심리학' 표지 ⓒ열린과학

즉 호감이란 감성적 영역이 합리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자신이 느끼는 상대에 대한 호감과 상대의 제안에 대한 수락 여부는 전혀 다른 문제인데도 말이다.

호감이란 희소성

이 외에도 상대의 권위, 상황의 희소성도 자동화 반응을 일으킨다. 의사가 지시하면 분명 문제가 있는 처방도 마다하지 않는 간호사들, 한정판매 소식에 새벽부터 백화점 문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이들은 모두 권위나 희소성에 설득된 사람들이다.

우리는 유래가 없는 정보와 지식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 뇌가 느끼는 인지적 부담 또한 계속 커지고 있어 매사를 심사숙고하여 선택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졌다. 따라서 지름길을 이용하여 의사결정을 해야 할 비율 또한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지름길에 도사리고 있으면서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자들이다. 따라서 의사결정의 지름길이 주는 혜택은 누리면서도 이를 악용하려는 자들을 빠르게 알아차리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에 동의가 된다면 ‘설득의 심리학’,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여기에 설득을 당하는 게 인생의 지름길일 것이다.

공정거래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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