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저씨가 빛나는 사회

공정거래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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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쇠퇴하는 아저씨 사회의 처방전'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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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빛나지 않는 사회는 결코 좋아질 수 없다"

'왜 하필 아저씨지? 아저씨가 빛나지 않는 다는건 무슨 뜻일까? 좋은 사회는 아저씨가 빛나는 사회라고?'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라서 이 책을 집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시선을 확 잡아 끄는 좋은 뒷표지의 문장이다.

저자 아마구치 슈는 올해 초 우리나라에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된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저자이며 일본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지성이다. 철학을 전공하였지만 전공과 전혀 상관 없는 조직의 인사·경영 부분에서 활약하고 있다. 기업들이 마주하는 여러 인사, 경영의 문제를 철학을 실마리로 돌파구를 마련해 해결했고 그 활약을 인정받아 세계1위의 경영·인사 컨설팅 기업 콘페리헤이 그룹의 시니어 파트너로 재직하고 있고 CEO를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강연도 열고 있다.

주도권을 가지려는 청장년층에게

'아저씨' 하면 두 가지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키다리 아저씨처럼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고 뒤에서 든든하게 밀어주는 모습과 소위 꼰대라고 통용되는,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하는 독선적인 모습과 나이가 많다고 행패부리는 모습이 그것이다. 그리고 주로 마주하게 되는 아저씨들은 후자이다. 어째서 아저씨들은 꼰대가 되어버렸을까. 키다리 아저씨가 될 수도 있었을 사람들이 꼰대가 되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도 아저씨에 대한 인식은 우리와 비슷한 모양이다. 저자는 50대 이상의 아저씨들이 일으킨 회계분식이나 제자를 성폭행 하는 등 심각한 범죄부터 연령별 역무원 및 승무원 폭행 통계(물론 아저씨들이 제일 많다)를 인용하며 '도대체 아저씨들은 왜 이럴까?" 라는 물음과 함께 책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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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저렇게 문제를 일으키는 아저씨들에게는 세 가지의 원인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로 개개인의 인성이 못됐기 때문만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사기를 당했기 때문에 분노에 차서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일본의 경제를 버블붕괴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설명한다. 버불붕괴 이전에는 20대까지 공부하여 대기업에 취직하면 평생 부유하게 살 수 있다는 '달콤한 이야기'가 통하는 시대였고 지금의 5~60대 아저씨들은 달콤한 냄새가 절정이던 70~80년대에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달콤한 내면화를 끝낸 마지막 세대인 것이다.

그러나 앞선 세대들처럼 한 직장에 쭉 일하며 은퇴하고 부유한 말년을 보낼줄 알았더니 버블경제가 붕괴한 후 나타난 것은 '달콤한 이야기'따위는 허무맹랑하다며 냉소를 짓는 차가운 세상이었다. 세상에 배신을 당했으니 분노가 가득한 것이다.

연장자가 가능한 인맥, 돈, 지위

두 번째로는 교양세대와 실학세대 사이에 껴있는 '지적진공세대'이기 때문이다. 70년대까지 일본의 대학가에서 활동했던 교양세대는 말 그대로 교양을 쌓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경제성장 이후 점점 더 큰 힘을 행사하려는 대기업과 정부에 대항하는 운동으로써 성장했다. 즉 '달콤한 이야기'를 비판하는 측면이 강했다. 그러나 80년대까지 '달콤한 이야기'에 순응한 사람들이 큰 부를 챙기는 것을 보고 점차 대항하지 않고 순응하는 면이 강해지면서 교양세대는 사라지고 지적진공세대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즉, 지적진공세대란 '공리와 편익을 보증하는 시스템에 비판 없이 자기를 동화시킴으로써 시스템이 가져다주는 편익을 최대한 챙기려고 한 사람들'이다. 비판 없는 수용은 교양세대에 비해 지적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었다.

세 번째로는 연장자에게 반론하기 어려운 사회분위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에 네덜란드 심리학자 헤이르트 호프스테더의 권력간격지수를 인용한다. 권력간격지수란 연장자에게 반론할 때 느끼는 심리적 저항감의 정도를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지수가 높을 수록 권력이 강력하다는 의미인데 일본은 54점으로 미국(40), 영국(35) 등에 비해 상당히 높은 점수이다(여담으로 한국은 60점이다). 하급자가 상급자가 잘못하는 것을 당당하게 지적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아저씨들은 자신들이 잘못 하고 있다는 것 조차 모른 채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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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이론의 대가로 알려진 제임스 쿠제스와 베리 포스너에 따르면 리더십의 초석은 리더와 팔로워 사이의 '트러스트'인데 여기서 트러스트는 번역하면 신뢰라고 하기 보단 인망이 더 어울린다고 한다. 권력간격지수가 높으면 인망이 없어도 사람들을 부릴 수 있기 때문에 인망을 갖출 이유가 없어지고 아저씨들을 더 쇠퇴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저씨가 빛나는 사회란 어떤 모습일까. 요약하자면 지금처럼 혼란에 빠져 사고를 치거나 누군가를 괴롭히는게 아닌 각자 당당히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다. 저자는 먼저 20대까지 공부하고 4~50대까지 사회에서 활동한 뒤 60대에 은퇴하는 기존의 생애모델은 100세시대인 현대엔 맞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생애모델을 제시한다. 일본의 예방의학자 이시카와 요시키가 주장한 4단계 인생 모델이 그것이다.

25세 까지는 기초 학력과 도덕을 몸에 익히고 50세 까지는 여러가지 일에 도전하고 스킬과 인맥을 쌓으며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에 마음이 움직이는지 찾아내고 75세까지는 지금까지 축척해온 것을 바탕으로 자신이 설 자리를 정하고 세상을 향해 결과를 돌려주고 마지막 100세까지는 남은 여생을 보내는 것이 4단계 인생 모델이다. 이 모델에 따르면 지금의 아저씨들은 은퇴를 마주한 사람들이 아니라 한창대인 사회현역병으로 볼 수 있다.

아저씨들은 이제와서 새로운걸 배울 수 있겠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뇌에는 가소성이 존재해 나이에 상관 없이 새로운 것을 익힐 수 있다. 새로운 것을 익히는데 늦은 때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늦었다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지금까지 해온 대로만 반복할 때야 말로 지적 능력을 낮추는 위험한 상태라고 경고한다.

또한 아저씨들에게 서번트형 리더십을 주문한다. 매니지먼트와 리더십을 연구하는 학자인 미국의 로버트 그린리프가 제창한 개념으로 기존의 리더의 경험과 유능함을 전제로 하여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지배형 리더십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과거 사회 변화의 속도가 빠르지 않던 시절에는 경험에 의거한 지시가 유용했을지 모르나 현대에는 과거의 경험에 매몰되어 현실과 동떨어진 지시를 하는 경우가 많아 지배형 리더십은 점점 적절하지 않은 리더십이 되어간다. 반면 서번트형 리더십의 키워드는 '지원'이다. '리더쉽을 발휘해 주도권을 가지려는 청장년층에게 연장자가 가능한 인맥, 돈, 지위를 지원한다는 것이 서번트 리더십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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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일본의 고속철도인 신칸센 사업을 시작할 무렵의 당시 국철 총재 소고 신지의 일화를 알려준다. 당시 철도 기술자들은 열차가 시속 200km 이상 달리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 하다고 결론을 내렸었다. 200km 이상의 속도에서 원인 모를 탈선사고가 자주 일어났기 때문인데 항공기 연구에서 전향한 신진 기술자들이 탈선의 원인을 진동 때문이라고 밝혀내고 진동만 제어할 수 있다면 200km 이상의 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 주장했다. 철도 업계의 상사인 고참 기술자들은 허무 맹랑한 소리라며 일축해버렸고 신진 기술자들은 상부에 제안을 올리지도 못한 채 한직으로 쫒겨났다. 이들은 이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심포지엄을 따로 개최했고 이를 눈여겨본 소고 신지가 직접 국회를 설득해 신칸센 프로젝트를 착수할 수 있게 물꼬를 튼 것이다. 이는 주도권을 갖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젊은 층과 그들을 배후에서 지원하는 서번트 리더가 있는 전형적인 서번트 리더십이 발휘된 상황이다.

저자는 아저씨들이 빛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아저씨들에게만 책임을 묻지 않는다. 아직 아저씨가 아닌 젊은층에도 주의를 당부한다. 기존의 아저씨들 처럼 교양을 쌓지 않고 사회시스템에만 순응해 아무 사고를 하지 않는다면 결국 지금의 젊은층도 저 '아저씨'가 될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청장년층이 아저씨들에게 대항할 무기로 의견과 이탈을 제시한다.

아저씨가 잘못된 행동을 한다면 의견으로써 반대하고 그 조직을 이탈함으로써 눈에 보이는 확실한 표시를 할 것을 당부한다. 사정이 어떻든 이런 의견을 내지 않고 아무 말 없이 순응한다면 결국 그 불합리한 일에 가담한 것과 다름 없다는 날카로운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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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쇠퇴하는 아저씨 사회의 처방전' 표지 ⓒ한스미디어

또한 당당한 의견 제시를 위해 본인의 유동성을 높일 것을 제안한다. 회사에서 나오면 아무 쓸데도 없어지는 즉, 그 회사 내에서만 인정되는 능력이나 경력 등에 몰두할게 아니라 어디를 가더라도 인정받는 범용적인 능력을 갖추는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외국어나 기술 같은 개인 자체의 능력과 특정 회사 밖에서 이룩해 놓은 인맥과 평판, 신용 등 전자를 인적 자본, 후자를 사회적 자본으로 칭하면서 자신의 유동성을 높일 든든한 자원을 확보할 것을 조언한다.

서번트 리더십의 핵심

책은 읽기 매우 편한 편이다. 크게 8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고 각 장별로 여러 주제를 가지고 있다. 각 주제는 짦으면 두장, 길어봐여 십여장 정도로 분량이 짧은 편이다. 너무나 휙휙 잘 넘어가는 책장에 놀랄 정도이다. 그러나 서장에서 단지 중년 남성만이 아저씨가 아니라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지 않는 사람'들을 정의해 놓고 책 내용은 결국 거의 다 우리가 평소 생각하는 아저씨를 대상으로 다룬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논지를 간결하게 전개하기 위함인가 아니면 결국 그 정의해 해당하는 사람이 중년 남성이 많기 때문이었을까. 좀더 다양한 예시를 제시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가 일본 사람이기 때문에 일본 아저씨들을 다룬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조직의 구조나 모습이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사정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역시 고속성장시대가 있었고 대학만 나오면 개천에서 용 난다고 여기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지만 현재는 그러한 통설이 거의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기도 하였다. 또한 나이 많은 연장자에게 이견을 제시하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인 것도 맞다. 현재는 말 한마디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회적 어른이 없는 것도 지적진공세대와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 사회를 위한 처방전은 당연히 좋은 말만 해서 허전한 감이 있다.

결국 불의에 저항하고 자신의 능력을 높이라는 말인데, 그게 쉽게 됐다면 고통받는 사람들이 존재했겠나 하는 삐딱한 생각이 불쑥불쑥 솓아나기도 한다. 그러나 아저씨들이 왜 저러는지 분석한 것은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도대체 저 아저씨들이 왜 저럴까 하고 궁금한 이들에게, 혹은 나도 결국 저렇게 되는 건가 하고 두려운 이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공정거래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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