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트라우마의 의미

공정거래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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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우리가 지금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 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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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뉴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2019 세계 행복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895점, 세계 54위로 조사되었다. 지난 해 57위에서 세단계 위로 올라갔지만 15년 47위, 16년 58위, 17년 56위 등 50위권에서 표류하고 있다.

행복에 목마른 사회

대한민국은 행복에 목말라 있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서가를 보면 행복에 대한 책이 항상 순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보여준다. 플로(Flow), 그릿(Grit), 스눕(Snoop), 패션(Passion),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그리고 요즘 눈에 띄는 휘게(Hygge)까지. 베스트셀러를 자주 본 독자라면 눈에 익은 단어들일 것이다. 행복에 대한 서구권 학자들의 연구와 행복에 대한 개념까지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행복에 대한 책들을 보다보면 저절로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 같기 때문이다. 우리가 저 개념들을 몰라서 불행했던 것일까.

문화 간의 심리학적 차이 및 문화 특정적(culture-specific)인 주제를 연구하는 문화심리학자 한민은 자신의 책 '우리가 지금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에서 한국인이 불행한 이유는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과감한 주장을 제기한다. 앞서 언급한 플로는 몰입으로, 그릿은 기개, 배짱, 오기, 끈기 등으로, 스눕은 눈치로, 패션은 열정으로, 파인드풀니스는 마음 수양, 휘게는 안빈낙도로 번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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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마인드풀니스는 불교의 선이나 명상의 일종으로 이미 우리가 사용하던 개념을 서구권에서 영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들여온 것이다. 물론 완전히 동일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우리 삶에서 완전히 처음 접하는 개념은 아니라는 뜻이다.

개인주의 문화권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과 서양권의 happiness는 의미가 다르다. 행복은 원래 동양권에서 사용하던 용어가 아니며 19세기 후반에 일본에서 happiness를 번역하면서 만들어낸 의미라는 설이 유력하다. 행(幸)은 우연히 찾아오는 좋은 일이고 복(福)은 살면서 누릴 수 있는 좋은 일들을 말한다. 즉 행복하려면 매사에 좋은 일이 끊이지 않고 부귀영화를 누리며 건강하게 장수해야 하는 것인데 이런 삶은 불가능하다. 더불어 한국과 같은 동양의 '집단주의 문화권'에서는 서양의 '개인주의 문화권'과 달리 개인의 행복이 주변의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다. 아침에 상쾌하게 일어나 기분이 좋다가도 부모님의 건강이나 동생의 학업성적 등이 떠오르면 행복은 온데간데 없어진다.

반면 '개인주의 문화권'에 살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행복이 내 현재 상태에 의해 판단되기 때문에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면 그것만으로 자신이 행복하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번역되어 소개되는 행복에 관한 서양의 책들에서 말하는 행복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행복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하며 행복을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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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전하는 주요 메세지인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살고있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행복이 부족할 수 있다'는 각 국가의 문화를 연구하는 문화심리학자이기 때문에 선보이는 새로운 시선이다. 그는 대한민국이 세대 전체를 관통하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에 주목한다. 트라우마란 재해나 재난, 참사 등으로 인한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의미하며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당시의 기억이 계속해서 떠올라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며 우울과 무기력, 죄책감을 경험한다. 트라우마 연구의 권위자인 마크 월린의 저서 '트라우마는 어떻게 유전되는가'에서는 홀로코스트에서 가족을 전부 잃은 여성의 손녀가 할머니가 느꼈을 강한 상실감과 외로움, 고립감 등의 감정을 그대로 경험한 사례가 나온다.

뉴욕 시니아산 의대 레이첼 예후다 교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는 부모의 자녀는 부모와 유사한 정도로 코르티솔 수치가 낮다는 것을 밝혀냈는데 코르티솔 수치가 낮으면 스트레스에 취약해진다. 세포생물학자 부르스 립턴은 임산부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태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 트라우마는 적어도 3대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임신 5개월 이후에 태아엔 생식세포가 생성되는데 이때 영향을 받으면 태아의 자식까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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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우리가 지금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 표지 ⓒ위즈덤하우스

일제강점기를 시작으로 6.25전쟁, 군사독재, IMF 위기, 경제성장 이후 이어지는 각종의 큰 안전사고 등은 대한민국의 전 세대에 걸쳐 트라우마를 남겼다. 한국인에게 수백명의 영정이 있는 합동분양소는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은 각자 처해있는 환경 뿐만 아니라 부모 및 조부모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인 트라우마를 짊어지고 있다. 이런 경험들은 살아남기 위해 대한민국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무한경쟁의 환경을 낳았고 거기서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쉽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이뿐만 아니라 서구사회가 수백년간 이룩했던 사회변화를 5~60년만에 따라잡은 것에 대한 부작용, 스스로를 행복에서 떼어내는 한국인들의 버릇, 소확행과 욜로로는 부족한 행복을 잡는 방법 등을 말하는 이 책은 책 표지에 써있는 것과 같이 '정작 우리만 몰랐던 한국인의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말해준다. 당연한듯이 여겼던 우리의 모습들이 행복을 추구하는데 얼마나 독이 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준다. 기존의 행복에 관한 책들이 공허하다고 느꼈던 독자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공정거래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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