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마음의 곤란

공정거래뉴스 기자
입력
수정
책 '내가 우울한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때문이야'와 함께

살다보면 내 생각대로 다스려지지 않는 마음 때문에 곤란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과거에 늘 그래왔고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 그럴지도 모른다.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데 야심한 밤에 음식사진을 보고 나도 모르게 야식을 먹는다던지,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집중하지 못하고 불안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다던지, 중요하지 않은 것에 집착하여 시간을 보낸다던지, 다른 일을 하는 중에도 방금 올린 SNS 게시글의 반응을 체크한다던지 등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결국 해버리고 후회하며 자신을 탓하곤 하지만 더 이상 그러지 말라. 이런 모습들은 개인의 의지와 정신력이 약해서 그런 것 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조상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지분이 있다!

저자 박한선은 정신과 전문의이면서 기존 의학이 아직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신경인류학을 공부하는 신경인류학자이다. 신경인류학은 '기나긴 생물학적 진화와 다양한 문화적 적응을 통해서, 우리의 뇌와 마음이 어떻게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빚어졌는지 여러 측면에서 연구'하는 학문이다. 즉 '대뇌가 사회나 문화에 주는 영향을 연구하며, 또한 역으로 문화가 뇌의 발달과 기능에 어떤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는 새로운 학문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전공인 정신의학 뿐만 아니라 신경인류학의 관점에서 우리를 '우울하게'만드는 여러 사회현상과 개인의 문제를 조명하고 있다.

시험을 보기 전에 불안을 느끼는 것

책은 크게 네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왜 해야할 것을 무시하고 눈 앞에 있는 작은 것만 집착하는지, 왜 음식프로를 보고 생각지도 않았던 야식을 시켜 먹는지 등 개인 차원의 문제를 다룬다. 2장은 남자와 여자의 이상형이 왜 다른지, 결혼이라는 문화는 왜 다르고 결혼을 앞두고 왜 우울한지 등 남녀사이에 이루워지는 애정사를 다루고 3장은 남매는 서로를 왜 소가 닭보듯 보는지, 태어난 순서에 따라 왜 성향이 다른지, 상속의 유형이 시대별로 왜 다른지 등 가족관계를 다룬다. 마지막 4장은 간호사의 '태움'과 같은 텃세가 왜 일어나는지, 사람들은 왜 거짓말을 하는지, 더 나아가 왜 사기를 치는지 등 사회 차원의 문제를 다룬다.

73e9a5c54c252a23c81016f0df7e0a51
ⓒ공정거래뉴스

사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제목을 보고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본문에서는 정작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거의 언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신경인류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인류진화의 대명사로써 저자가 선정한 것 일뿐이다. 혹시라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 관해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타난건지 기대한 독자가 있다면 안타깝지만 책을 돌려놓으라 말하고 싶다.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마음의 문제는 내 자신이 어딘가 문제있어 나타나는게 아니라 인류가 고대 유인원에서부터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거쳐 현재의 호모사피엔스까지 진화하며 나타난 불가피한 현상일 수 있다. 사회적 문제 역시 인류 사회의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터져나오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일 수 있다. 이 것이 신경인류학의 견해이며 이 책의 일관되는 주제이다. 따라서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여러 문제들을 겸허히 수용하고 잘 다르려 건강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

개인의 문제가 아닐수도 있다

일례로 책 내용 중 중요한 시험이나 면접에 앞서 너무나 불안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 있다. 저자에 따르면 심한 불안은 당사자의 정신력이 약하거나 담이 작아 그런 것으로 치부할 수 없다. 동의보감에는 장원환이라는 약이 있는데 이는 불안하여 가슴이 떨리는 것을 가라앉게 해주는 약이다. 장원환의 장원은 장원급제의 장원과 같은 말로 조선시대 과거를 보던 선비들이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먹었던 약이다. 불안을 관장하는 뇌는 파충류 시대부터 진화한 원시적인 뇌로 파충류 뇌(reptilian brain) 혹은 R-complex라고 부르는 부위이다. 서열을 기반으로 하는 집단생활을 하는 영장류는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개체에게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서열이 높은 침팬지와 낮은 침팬지를 좁은 우리에 넣어 놓으면 서열이 낮은 침팬지는 안절부절 못하고 심지어 우울증에 빠진다.

22174467629af4762163cb0a72b6fb67
ⓒ공정거래뉴스

따라서 자신의 인생을 결정할 수도 있는 중요한 시험, 혹은 면접관 앞에서 극도의 불안을 느끼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저자는 이와 같은 예시를 통해 시험을 보기 전에 불안을 느끼는 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닐수도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불안에 대한 도움말 역시 신경인류학의 맥락에서 조언한다. 현대 사회에서 시험은 점점 더 많아질테니 인정하고 수용할 것, 불안한 것을 거부하지 말고 진정할 때까지 관조할 것, 공황발작과 같은 심각한 수준이 아니면 어느정도의 불안은 오히려 능력을 상승시키는 요소가 있으니 불안을 안고 행동할 것이 그것이다.

또한 면접에 있어서는 혼자 혹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 끼리 연습하기 보다는 주변의 은사님이나 집안 어른, 높은 선배님 등을 자주 만나 서열이 높은 사람과 편안히 대화하는 연습을 할 것을 추천한다. 겸허히 수용하고 문제를 잘 다스릴 것에 일맥상통하는 조언이다.

05b46f49deee469d379b42c52860c140
책 '내가 우울한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때문이야' 표지 ⓒ휴머니스트

저자는 '정신의학', '신경인류학' 등 보기만 해도 어려워 보이는 주제를 쉽고 평이하게 풀어낸다. 전문용어는 잘 사용하지 않고 현재의 일상생활을 예시로 설명한다. 오히려 너무 쉽고 평이해서 최신 심리학 책이 다루는 내용과 특별히 다른 점이 없는게 아쉽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 아직까진 신경인류학의 연구가 초보적 단계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또한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설과 논란이 분분한 이론 등으로 현상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눈 앞이 밝아지는 명확한 느낌이 없는 경우도 종종 있어 아쉽다. 평소 심리학과 사회학 관련한 책을 주로 읽었던 독자들은 개운하지 못하겠지만 반대로 이 분야를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입문서로 읽기에 적절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공정거래뉴스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