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을 높이는 성과와 여유

같은 양의 업무가 주어지더라도 누군가는 수월하게 해치우고 여유만만인 반면 누군가는 마감시간을 엄수하기 위해 발버둥치기도 한다. 항상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은 여유만만한 사람들이 부럽다. 나도 저들처럼 성과를 내면서 유유자적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같은 시간을 들여서 더 많은,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을 생산성이 높다고 표현한다. 늘상 시간이 모자르게 바쁜 현대인들은 특히나 여유로움에 목마른 만큼 이 생산성을 높이고자 하는 욕망을 짊어지고 있다. 그에 발맞추어 시중에는 생산성에 대한 자기계발서가 이미 한 구역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더 이상 업무에 치여 자신을 놓고싶지 않은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의욕만만하게 이런 자기계발서를 집어들었다가 도무지 실현할 수 없을것만 같이 허무맹랑하게 느껴지는 내용들, 혹은 나와는 유전자 레벨에서부터 전혀 다른 것만 같은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내용들을 읽고 책장을 덮은 적이 있지 않은가.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들
책 '그들이 어떻게 해내는지 나는 안다'는 저자 크리스 베일러가 대학을 졸업한 후 두 건의 취업제안을 거절하고 1년 간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들을 직접 연구하고 체험하여 그 효용을 입증해나간 프로젝트를 정리한 책이다. 원제 'The Productivity Project'가 이를 잘 표현하고 있다. 그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개설했던 블로그의 방문자는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는 시점에 25만명 가량으로 증가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고 각종 언론과 강연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파하고 있다. 책에서는 프로젝트 기간 동안 그가 직접 경험해본 수십여가지의 생산성 향상 방법 중 직접 효과를 본 25가지를 선별하여 소개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생산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과 주의력, 에너지라는 세가지 자원을 목적에 맞게 관리하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 대다수의 직업은 과거 산업시대의 공장에서 시간당 생산이 높은것과 같은 효율성만으로는 불충분하다. 현대사회의 지적노동자들에게 있어서는 생산성이란 얼마나 많이 성취하는가의 문제다.
더 많은 것을 성취하려면 일을 더 지혜롭게 해야 하고 시간과 주의력, 에너지를 더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세 가지 요소 중 시간은 말 그대로 인간이 하루 24시간 주어지는 시간을 의미한다. 주의력은 다른 말로 집중력이라 표현할 수 있는데 어떤 작업을 할때 다른 방해요소에 주의를 빼앗기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에너지는 두뇌회전에 사용되는 말 그대로의 에너지를 말한다. 에너지가 부족하다면 주의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이 세가지 요소는 결국 서로 영향을 끼치게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에너지가 충분해야 주의력을 확보할 수 있고 높은 주의력으로 효율 높게 일을 마치면 그만큼 나만의 시간이 확보된다. 그러나 에너지가 충분하다고 높은 주의력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주의력을 흐트러뜨리는 방해요인에서 주의력을 다시 끌어올리는 방법을 실천해야 한다. 이와 같이 세가지 요소는 일방적이 아닌 상호유기적인 관계를 갖는다.

시간과 주의력
저자는 8개의 장에 걸쳐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그 중에 첫 번째 장에서 독자를 향해 '왜 생산성을 높이고자 하는가? 어떤 목적 때문인가' 라고 물어보는 것이 눈길을 끈다. 자신이 체험했고 효과를 봤으며 과학적 연구 결과까지 뒷받침되어 있는 방법들을 나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왜 생산성을 높이고자 하는지 물어보는 저자의 질문은 기존의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이는 직접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들을 체험하고 실험해보았기에 나오는 질문으로 보인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근원적인 물음을 생각해보지 않았을 때는 의욕과 방향을 잃어버렸다고 털어놓았다. 독자들은 자신과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우려하는 저자의 모습은 그의 논지에 설득력을 실어준다.
더불어 생산성을 해치는 치명적 요소인 일을 미루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속성이라는 것을 밝힌다. 시중의 일반적인 자기계발서는 일을 미루는 것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에 대해 죄책감을 갖도록 부추긴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도 일을 미루곤 한다는 것을 먼저 밝히고 미루는 빈도와 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뿐만 아니라 단지 자신의 논리만 전개하는 이론위주의 책이 아니다. 각 챕터 이후 도전과제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직접 행동하게 하는 파트가 존재한다. 귀찮아 하고 넘겨버릴 독자들이 많다는 것 역시 저자는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넘기지 말고 한번 해보라, 당신들의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려고 하는것이 아니며 시도해본다면 분명 시간을 아껴줄거라고 설득한다.
내 마음 뒤 채찍
이후 저자는 순차적으로 일한 시간과 생산성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 중요도가 낮은 일에 주의를 뺏기지 않는 법,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법, 주의력을 위한 마음근육 강화법, 신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확보하는 법 등을 자신의 경험과 생산성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논문 등을 통해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이후 첫 장이 눈길을 끌었던 것처럼 마지막 장 역시 눈길을 끈다. 마지막 장에서는 자기 자신에게 관대해질 것을 당부하기 때문이다. 생산성을 향상하고 싶다면 효율적인 계획을 세우고 엄격하게 지켜나가야 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다. 나태해지는 내 마음 뒤에서 채찍을 휘두르며 다잡하야 하지 않는가. 그러나 저자는 행복한 사람일수록 생산성이 높다는 의외의 사실을 마지막으로 전한다. 역설적이게도 저자는 자신에게 엄격해지지 않고서는 스스로를 몰아세워 더욱 생산적이게 한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었다면 쉽게 이해가 간다. 저자가 소개한 생산성을 높이는 기법들은 '스스로가 많은 것을 해내기 위해 정진하는 가운데 스스로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방법'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스스로에게 관대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유리되지 말 것 역시 당부한다. 저자가 '열흘동안 완전히 고립되어 보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알게된 자신이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이유, 그리고 자신이 왜 생산성을 높이고자 했는지의 이유가 주변인들과의 관계 때문이었다는 것을 고백한다. 주변과 완전히 고립되자 일을 해내고자 하는 동기가 급격히 추락해버린 것이다. 더불어 직장동료들과 깊은 관계를 형성할수록 업무 만족도가 50퍼센트 증가했다는 연구, 친한 친구가 직장에 함께할 때 업무에 몰입하는 여지가 7배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는 좋은 인간관계가 생산성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한다.
자기 생산성을 향상하는 방법은 매우 고되다. 풀어지는 마음을 다잡아야 하기에 기존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조언하는 책들은 내가 딴짓 하는지 감시하는 교도관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크리스 베일리의 '그들이 어떻게 해내는지 나는 안다'는 생산성 향상이라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함께 협력하는 동료와 같은 책이다. 물론 '분주하지만 어떤 것도 성취하지 못한다면 게으른 것과 다를 바 없다' 와 같은 매서운 지적을 잊지 않는다. 지적과 조언을 아낌 없이 하는 마치 10년 지기 친구와 같은 이 책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향한 첫 발을 내딪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