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퇴사법이 필요한 까닭

고용시장의 한파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19년 7월 현재는 그 추위가 너무나 매섭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고용동향 자료를 보면 실업자 수가 지난 19년 6월 기준 99년 이후 가장 많은 113만 7000명으로 나타났다. 실업률로 따지면 6개월 연속 4% 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외환위기 시절 12개월 연속 4% 이후 가장 장기간 지속된 기록이다.
많은 사람들이 취업 때문에 고민이 깊은 이 엄혹한 시대에 어찌보면 발칙한(?) 제목의 책이 눈에 띄어 소개한다. 두 대기업에서 6년 간 일했던 전 직장인이자 현재 법무법인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인 양지훈 변호사의 책 '회사 그만 두는 법'이다.
평범한 근로자들 중에 '노동법'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거나 노동법 교양과목이라도 수강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교과과정상 대부분 모를 것이다. 뉴스나 대중매체에서 묘사된 정도의 피상적인 부분만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법' 자체가 어려운 전문용어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도 어렵다.
회사와 근로자 사이
여러 선진국에서는 의무교육과정에 노동법을 교과과정에 포함시켜 교육하고 있고 그 중 독일은 노사교섭까지 배우고 있다. 현재 교재를 개발하는 수준의 걸음마 단계인 대한민국을 생각해보면 매우 안타깝다. 그러나 노동자라면 어렵더라도 노동법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노동법은 회사와 근로자 사이의 고용계약서 상의 관계 그 이상으로 엮여있는(선후배관계, 동료애와 같은) 끈끈한 관계를 '무미건조하고 객관적인 법률관계로 바라볼 수 있는 렌즈'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또한 당연히 그래왔던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사내 분위기라고 싸잡아서 표현하는 '노동법을 위반한 억압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해주며 '받지 않아도 되는 억압을 구분할수 있게 한다'.
'권고사직'이 근로기준법 등에 규정되어 있는 법률 용어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가? 단어 그대로 사직을 권고한다는 의미의 일반 표현에 불과한 것이다. 노동법 상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정리 해고와 징계 해고 두 가지만 가능하다. 이 두 가지를 통해 근로자를 해고한 경우 근로자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 불필요한 비용 지불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근로자 스스로 자진해서 퇴사한다는 그림을 만들고자 권고사직을 요구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단순히 '권고'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권고사직을 제시받은 근로자는 해당 회사에서 이미 그렇게 분류된 근로자이기 때문에 스스로 사표를 내도록 하는 여러가지 '방편'이 시행된다.
승리하는 퇴사법
여기서 이 책의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내용이 나온다. 바로 직접 '사표 내지 말라'는 것. 저자가 변호사로서 꼭 당부하는 조언이다. '회사의 어떤 권유도 단호하게 거절' 해야 하며 그 이유는 '사직서는 회사가 원하는 대로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사직했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일단 사표를 제출하면 그 후 강압에 의해 제출했다고 소송을 걸더라도 승리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밝힌 서명을 지은 이유가 마음에 와 닿는다. '회사원이 되길 바라거나 회사원인 당신은 언제든 회사를 그만 둘 수 밖에 없는 공통의 운명에 있'고 '그래서 우리는 언젠가 회사를 안전하게 그만두는 방법, 일하는 동안 회사에서 몸과 마음을 다치지 않고 자기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소위 '청년 취준생'들은 당장에 취업에만 목말라 있기 때문에 취업한 후의 일, 일을 그만둘 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고대한 취업을 달성하여 지고한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시, 대부분 자신을 보호할 아무런 무기도 갖추지 못한 채 회사라는 정글에 그대로 내던져져 만신창이가 되버리고 만다. 당장 취업이 급하기에 여유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잠시만 여유를 내어 이 책을 읽고 취업 후 어떻게 하면 직장생활을 건강하게 지속할수 있을 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