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도 100퍼센트 외국인의 생존기

낯선 풍경, 낯선 사람들. 믿을 것이라곤 나 하나 밖에 없는 외국에서 해당 국가의 언어 구사 능력은 곧 생존력과 직결됩니다. 때때로 비행기표를 사는 것은 공허한 새해 결심으로 남아있던 외국어 공부를 위한 최고의 동기부여가 됩니다.
그런데, 책 <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의 저자는 단순한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체류할 국가의 언어를 공부하지 않습니다. 그는 1년간의 중국 파견 근무가 확정되자 이렇게 결심합니다.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절대 중국어를 공부하지 않겠다.’

낯선 땅
대학에서 한국어교육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누구보다 생활 속 언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중국어를 미리 공부하지 않은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어와 한글을 하나도 모르고 한국을 찾았던 과거 제자들의 입장에 서보겠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습니다. 두 번째는 제2외국어로서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을 학자의 입장에서 생생히 체험해보겠다는 것이었죠.
낯선 공항에 내리면서, 저자는 자신의 몸 안에 있던 자동 조종 장치가 꺼지는 경험을 합니다. 순도 100퍼센트 외국인의 눈에 무엇이 보이는지 열렬히 알고 싶어 했던 그의 모험이 시작됩니다. 매일 비슷한 곳을 가고, 비슷한 일상을 반복했던 한국에서 그의 눈은 새로운 것을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서바이벌 중국어조차 모르는 그에게 멍하게, 발길 닿는 대로 걷는 것은 사치입니다. 외국인에게는 보아야 할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실재하는 도시, 생각 속의 도시를 넘어 발로 걷는 도시의 생생한 기록이 펼쳐집니다. 그의 눈에는 무엇이 보였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