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로 읽는 역사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방영되면서 스페인 문화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더욱 늘었다. 미식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미 그전부터 도시에서는 스페인 요리 전문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빠에야, 타파스, 하몬 등 일부 요리와 식재료는 일반인에게도 익숙했다.
일본에서 스페인 식문화를 전파하고 있는 저자 와타나베 마리는 이 책에서 단순히 각 음식과 레시피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1~4장은 대표 조리법, 5~15장은 대표 식재료를 통해 요리를 역사와 연결 짓고, 책의 주제를 식문화사로 확장시킨다.
스페인 음식
스페인 요리는 다양한 기후와 민족의 영향을 받으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풍부한 재료는 물론, 유대인, 이슬람교도, 기독교인 등 다양한 민족이 조리법에 미친 영향 덕분에 지역적 특색이 무척 강화됐다. 스페인 전체를 대표하는 하나의 요리는 정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다. 그래서 스페인 요리를 설명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는 다양성이다.

작가 안데르센이 스페인을 여행하며 ‘생각보다 훨씬 뛰어난’ 스페인 음식에 감탄했을 정도로, 스페인 음식의 국제적 위치가 낮을 때도 있었다. 각종 재료와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좋은 토양이 있었음에도 복잡했던 국내외 정세 때문에 정교한 조리법을 발달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 실력 있는 젊은 요리사들과 그들의 레스토랑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스페인 요리는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넓은 국토의 혜택을 받은 다양한 재료와 아랍인, 유대인, 기독교인 등 이 땅을 거쳐 간 민족들의 흔적이 한데 섞인 스페인 요리. 시대와 지방에 따라 달라지는 각 요리들을 고유의 조리법으로 묶을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이 책은 요리 속에 마치 페이스트리의 결처럼 겹겹이 쌓인 언어와 역사를 속속들이 보여준다. 설명을 한 겹씩 뜯어먹다 보면, 스페인 요리를 조금 더 생생하게 알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직접 맛보고 즐기는 것은 이제 독자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