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과학은 우리와 가까이 있다

공정거래뉴스 기자
입력
수정
책 ‘크로스 사이언스’와 함께
2e63dbf285fccc1ebac81a068c6cd769
ⓒ공정거래뉴스

'자연과학'하면 학창시절이 생각난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자 문·이과를 선택해야 했는데 그 전까지 공통으로 배웠던 이과 과목들이 어려워 문과를 선택했었다. 사진과 그림이 많았던 생물 과목은 그나마 나았지만 그 외에는 도무지 진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그렇게 과학은 나에게 '어려운 것'이 되었고 자연스레 관심을 두지 않게 됐다.

지금에 와서는 더욱 그러하다. 간혹 듣는 과학에 관한 것들, 예를 들면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뇌과학' 등은 더욱 커다란 장벽으로 다가온다. 본디 하나의 학문도 현대에 와 깊게 세분화 되면서 같은 과학자라도 자신의 전공에서 한발짝만 옆으로 옮기면 잘 모른다는 점에서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는 별세계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대중에게 다가기 위해 항상 노력해왔다. 강연회를 열거나 체험학습관 같은 곳을 운영하고 자신의 전공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책을 출간하는 등 그 활동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홍성욱 교수의 '크로스 사이언스' 역시 그런 활동 중 하나이다.

저자는 스스로를 과학기술학자 라고 소개한다.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이란 과학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규명하는 학문으로 사회가 과학기술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그 내용과 방향을 어떻게 바꾸는지, 반대로 과학기술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분석한다. 저자는 과학이 우리와 가까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방편의 첫 출발점으로 고전문학을 제시한다.

f9bd78efd867fe6dce07a087fcf4bb70
ⓒ공정거래뉴스

최초의 SF소설이라고 평가받는 '프랑켄슈타인'의 저자 메리 셸리는 당시의 '첨단과학'이었던 갈바니즘에 심취해 있었다. 갈바니즘은 이탈리아의 해부학자 루이지 갈바니가 죽은 개구리 뒷다리에 전극을 연결하고 전기를 보내니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것을 보고 전기가 생명을 유지한다고 한 견해이다. 후에 갈바니의 인척인 조반니 알디니가 사형수의 시체에 같은 실험을 했고 비슷한 증상을 보고하면서 죽은 사람을 살릴수도 있을거라는 견해로 발전하였다. 메리 셸리는 갈바니즘의 영향으로 어느 날 꿈에서 본 '창백한 젊은이가 그가 만든 피조물 옆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이미지를 모티브로 프랑켄슈타인을 창작했다.

다음으론 최고의 영화감독 중 하나인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를 들고 온다. 영화의 배경은 한창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냉전시대로 어느 날 미국의 공군 장성이 소련에서 미국으로 핵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휘하 핵폭격기를 모두 소련으로 출격시킨다. 당황한 미국 수뇌부는 폭격기를 회항시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신들의 본의가 아님을 소련 대사를 불러 설명한다. 폭격기의 이동 경로를 알려 미사일로 요격을 요청할 정도였는데 통신도 두절되고 요격도 피한 폭격기 한대가 결국 소련에 폭탄을 떨어뜨리고, 자국 영토에 핵폭탄이 터지면 자동으로 핵보복을 하는 소련의 '둠스데이 머신'이 작동하여 결국 온세상은 망하게 된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시대 별 '첨단과학'이 등장하고 그 결과물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과학자 혹은 사람 그 자체를 경계한다는 것에 있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자신이 만든 결과물이 두려워 도망가버리는 바람에 결국 가족을 모두 잃게 됐다. 냉전시대의 두 강대국은 온갖 과학기술의 정수인 핵폭탄을 잔뜩 만들고 상호확정파괴를 할 수 있는 확실한 프로세스를 구축하여 아슬아슬한 평화를 만들었지만 결국 정신이상자 한 명 때문에 모든 것이 파괴되어 버린다. 또한 공통적으로 과학이 나아갈 방향을 질문하고 현재 과학 기술이 방기하는 책임을 성찰하는 일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끊임없이 상기시킨다고도 할 수 있다.

4bf015ebbf5a9d06ea1c15b74f1fbf1b
ⓒ공정거래뉴스

저자는 이 밖에도 잘못된 사실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사이비 과학, 과학기술 발전으로 달라지는 사회 구조, SNS 및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전통적인 프라이버시의 소멸, 유전자 결정론의 위험 등 여라가지 예시를 들어 과학은 이미 우리 삶에 녹아있으며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설명한다.

우리는 보통 사실을 다루는 과학과 가치를 다루는 인문학은 완전히 별개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사실과 가치는 그 연결이 느슨하거나 팽팽한 정도의 차이는 있다 하더라도 우리의 삶 속에서, 마치 동맥과 정맥이 모세혈관을 통해 연결되어 있듯이 미세한 연결망들을 통해서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은 사실만의 세상에서 살아가지 않듯이, 가치만의 세상에서 살고 있지도 않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과학 역시 우리 삶의 일부이며 나 자신에게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과학이 출현한 그 예전부터 지금까지 동반자가 아닌 적이 없었던 것이다. 과학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 어렵고 별개의 세상이라 생각하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한다.

공정거래뉴스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