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새로운 기술의 변화

공정거래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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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4차 산업혁명이 막막한 당신에게’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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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유령이 한반도를 배회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령이. 한반도의 모든 세력들, 즉 정부와 자본, 과학계의 원로와 언론, 블로거들이 이 유령을 숭상하며 신성동맹을 맺고 있습니다.

칼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의 유명한 구절을 패러디하여 전개하는 이 책이 첫 문장은 작금의 대한민국의 풍경을 잘 묘사한다. 정부든, 자본이든, 언론이든 메세지를 던질 수 있는 곳이라면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제약산업, 4차 산업혁명과 교육, 4차 산업혁명과 올림픽 기술, 4차 산업혁명과 농업, 4차 산업혁명과 인문학, 심지어 4차 산업혁명과 교회, 4차 산업혁명과 영성까지 언뜻 생각하기에 거리가 멀거나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은 분야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마법의 단어가 들러붙는다.

그렇다면 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정말로 실재하는 것일까. 국내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설명하는 기사나 책을 보면 보통 클라우스 슈밥 다보스포럼 회장이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언급하면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1948년 미국의 사회학자 해리 엘머 반스(Harry Elmer Barnes)가 “원자 내부의 에너지와 초음속 비행의 도래와 함께 우리는 더 현기증 나는 ‘4차 산업혁명’을 목도하고 있다.”라고 이미 언급한 사실을 전한다. 1984년에 한국을 방문한 경제학자 로스토(W. W. Rostow)는 한국을 비롯한 싱가포르, 대만과 같은 개발도상국도 전자공학과 유전공학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이미 진행중이라 말하기도 하였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는 2016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여 새로이 정의된 것이 아니라 근 80년 전부터 종종 언급되었던 것이다.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언어가 아니다. 각각의 선진국은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분야에 대한 각 국의 표현이 따로 있다. 미국의 ‘Smart Factory’, ‘Digital Transformation’, 독일의 ‘Industry 4.0’, 일본의 ‘사회 5.0’, 중국의 ‘중국제조 2025’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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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우리가 보통 생각했던 것과 달리 실체가 없는 단어라 할지라도 사회의 변화는 실제한다. 그러나 ‘혁명’이라고 호들갑을 떨 만큼의 대단한 변화라기 보다는 전기와 컴퓨터로 대표되는 지난 2차, 3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처럼 새로운 기술의 변화가 진행중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시각은 1차 산업혁명만이 혁명이라 부를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기반한다.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을 통해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새로운 계급이 형성됐다. 왕과 귀족과 농민으로 이루어져 있던 기존 구조에서 자본가는 왕과 귀족을 밀어내고 농민은 노동자로 점차 전환되면서 기존의 봉건사회 구조에서 자본가와 노동자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사회로의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이다.

반면 2차, 3차 산업혁명은 산업의 중요한 기반 기술이 변화했을 뿐 사회 구조는 여전히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구성 그대로를 유지했다. 따라서 산업’혁명’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은 1차 산업혁명 뿐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책은 인간이 발생한 아프리카의 정글에서 경쟁에 패배해 초원으로 쫓겨나간 시점부터 시작한다. 먹이가 풍부한 정글에서 다른 유인원종에 패해 상대적으로 먹이가 적은 초원으로 도망친 이후 살아남기 위해 쉬지않고 부단히 노력해온 조상들의 모습은 수많은 시간이 지난 후손에게서도 그대로 남아 있어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 뒤로는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지난 백년 간 인간에게 어떠한 발전이 일어났는지 개괄적으로 짚어간다.

저자는 크게 두가지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설명한다. 하나는 인공지능을 위시한 기술들이고 다른 하나는 에너지가 그것이다. 3장 ‘인공지능과 그 친구들’에서는 인공지능, 3D프린터, 모바일, 무인 운송기관 등이 등장한다. 이들이 불러오는 변화는 서로 통신이 가능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에서 기반한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변화한 모바일 환경은 말 할 필요도 없고 3D 프린터 역시 이용자가 필요한 것을 인터넷에 업로드 되어 있는 도면을 활용해 제작한다. 무인 운송기관은 개별 차량이 외부를 인식하고 운전하는 것 뿐만 아니라 도로 인프라에 통신이 가능하게 설치하여 시시각각 도로의 사정을 감지하고 무인차량이 어떻게 움직일지 결정을 내리는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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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에너지’에서는 스마트 그리드의 등장, 화력발전과 원자력 발전을 대체하는 신재생에너지와 핵융합 발전을 짚어본다.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가 원자력 발전보다 같은 전력을 생산할 때 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경제적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후손들이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비용을 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덴마크는 풍력으로 전체 전력의 20퍼센트를 충당하고 있고 영국에서는 특정 지역에서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보다 더 저렴하게 전력을 생산하는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한다는 예시는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신재생에너지를 육성하여 화력과 원자력에 집중되어 있는 전력생산의 일부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여 각 지자체에서 필요한 전력을 직접 생산하는 에너지의 분권화 주장은 눈길을 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후 우리는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저자는 자본가가 아닌 우리는 지금과 같이 계속 삶이 힘들고 불행할 것이라 단언한다. 2000년대 초 벤처 붐이 일었을 때 벤처기업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이는 지금 스타트업 붐에 맞춰 스타트업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역시 다르지 않다. 활용하는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자본주의 구조 하에서의 노동자의 삶은 큰 변화가 없는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새로운 산업에 자리잡은 인공지능과 로봇에 밀려 자리를 뺏긴 노동자들을 위한 지원에 대한 논의조차 부족하고 설령 자리를 지켰다고 하더라도 계속 붙잡기 위해 자신을 ‘갈아 넣는’ 장기간 노동을 스스로 수행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노동자들의 삶은 현상유지도 모자라 악화일로를 걸어갈 수 밖에 없다. 지금처럼 ‘자본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한다면.’ 말이다.

이런 문제에서 저자는 기본소득 제도를 진지하게 검토할 때라고 조언한다. 모두가 일정한 소득을 기본적으로 받는 기본소득 제도를 통해 같은 소득을 얻더라도 개별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부족한 노동력에 해당하는 신규 노동자를 채용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창조로 인한 과실은 기업이 가져가고, 파괴로 인한 대가는 사회가 지불하는 구조는 용납되어선 안됩니다.” 기존의 사람들이 하던 일을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것, 즉 기술 혁신으로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행위,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창조적 파괴’라고 부른 이런 변화로 파괴되는 것은 결국 ‘사람’임을 외면하지 말라는 저자의 호소는 경각심을 일깨운다.

더불어 이런 변화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제도 설립을 위해 직접민주주의의 도입을 주장한다. 보통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모두가 참여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지금과 같은 대의민주주의가 운영되고 있지만 모바일 기기의 발전으로 누구나 특정한 사안에 접근하여 의견을 낼 수도 있고 투표를 할 수도 있다. 특히나 모바일 기기는 개인인증이 가능하기 때문에 투표의 신뢰가 상승한다. 에스파냐 마드리드 시의 ‘디사이드 마드리드’, 핀란드의 ‘오픈 미니스트리’, 아르헨티나의 ‘데모크라시 OS’, 대만의 ‘거브제로’ 등 실제 직접민주주의를 가능케 하는 플랫폼의 운영 사례는 이 논의가 뜬구름 잡는 것이 아님을 실감케 한다.

이 책은 전문적인 기술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개괄적인 내용을 중점으로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술이 궁금해 읽는다면 다시 내려 놓으시라. 오히려 이 책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1차 산업혁명 이후 그러하듯이 기술의 발전일 뿐이며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진 않을 것이라는 발칙한 주장을 제기하는 책이다.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조금이라도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책, 일독을 권한다.

공정거래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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