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간의 사랑과 인연

일본 영화 <안녕 계곡(さよなら渓谷)>은 아동 살인사건을 계기로 밝혀진 한 부부의 충격적인 비밀을 그리면서 남녀 간의 사랑과 인연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사랑과 증오 사이에서 흔들리는 여주인공의 심정이 리얼하게 표현되고, 뒤엉킨 시간의 흐름 속에서 15년 전 집단 폭행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 한 사람의 복잡하기 그지없는 내면이 서서히 드러나는 수작이다.
영화의 원작은 <악인(悪人)>, <요노스케 이야기(横道世之介)> 등의 원작자로 이름을 알린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요시다 슈이치(吉田修一)의 소설이다.
해당 작품은 영화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まほろ駅前多田便利軒)> 등의 오모리 타츠시(大森立嗣)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영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ベロニカは死ぬことにした)> 등의 마키 요코(真木よう子)와 <캐터필러(Caterpillar)> 등의 오니시 시마(大西信満)가 주연을 맡았다. 오모리 감독의 친동생인 오모리 나오(大森南朋)를 비롯해 이우라 아라타(井浦新), 아라이 히로후미(新井浩文) 등 실력파 배우진이 출연한다.
영화는 초목이 우거진 계곡에서 아동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피해자의 어머니가 용의자로 체포되며 시작된다. 옆집에 사는 오자키 슌스케(尾崎俊介, 오니시 시마)가 용의자와 불륜 관계라는 의혹이 슌스케의 부인 카나코(かなこ, 마키 요코)의 증언으로 불거진다. 사건을 취재하던 주간지 기자 와타나베(渡辺, 오모리 나오)가 취재를 진행하면서 오자키 부부를 둘러싼 15년 전의 충격적인 비밀에 도달한다.

대다수 영화의 줄거리는 성공, 승리, 성장, 도달, 결실, 그리고 행복이라는 목표로 향한다. 그러나 실제 인생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영화 <안녕 계곡>도 그렇다.
그들은 왜 서로를 유혹한 걸까. 관객의 관심이 점점 그 부분으로 쏠린다. 남자의 속죄, 유일한 이해자에게 매달렸던 여자, 처음에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물지 않은 여자의 상처가 꿈틀거리며 폭주한다. 절망적인 행보가 시작된다.
또다시 마키 요코가 위태한 다리 위에 올라섰다. 영화 <유레루(ゆれる)>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공중에 매달린 그녀가 어떤 말을 내뱉을 때 우리는 깜짝 놀라며 깨닫는다. 정처 없는 마음의 여행이라는 난해한 소재를 마키 요코와 오니시 시마의 신체를 통해 제대로 풀어냈다. 좋은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