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글이 쉬워지는, 글이 쓰고 싶어지는

공정거래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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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법, 독서법 등에 관한 책을 혹시 하고 들쳐보다가 대개의 경우 역시나 얼마 못 읽어 닫곤 한다. 무슨 일이든 하고 싶어서 해야 힘들어도 재미가 있고, 의지가 생긴다. 그런데 글쓰기나 독서는 아무에게나 그리 쉽고 흥미로운 것이 못된다. 더구나 ‘법’ 자가 들어가게 되면 아무래도 부담스러워지는 게 사람의 심리다.

그래서 정말로 책을 잘 쓰지 않는 한, 글 쓰는 법을 알려고 읽던 독자는, 독서를 좀 더 잘 해보고자 책장을 넘기던 독자는 그 책들 덕분에 이 둘에서 더 멀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 같다. 마치 ‘이렇게 쓰는 게 정석’이라는 뉘앙스, ‘이렇게 읽어야 제대로 읽는 것’이라고 강요하는 듯한 저자의 목소리는 안 그래도 쓰기 힘은 글, 읽기 부담스러운 책을 거부할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은 원래 글쓰기 관련 책을 찾으려고 하다 찾은 책이 아니다. 김용택 시인의 시를 별로 읽은 게 없어, 갑자기 읽어보자는 마음이 생겨 ‘김용택’을 검색하다 걸린 책이다. 제목이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맞다. 막상 글을 쓰려면 뭘 써야 할지 막막하다. 글을 쓰기 싫다는 게 아니다. 쓸 거리가 마땅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의 마음을 시인은 참 잘 아는 것 같다. 그래서 처음부터 글쓰기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부터 한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마음이 열린다.

이 책에는 특별히 글쓰기 법이라고 할 만 한 게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읽다보면 독자의 마음에, ‘글쓰기 뭐 별 거 아닐 수도 있겠네’, ‘애들이 이렇게 맛깔나게 시를 쓰다니 놀랍군’, ‘나도 시 한 번 써 봐’ 하는 동요를 일으킨다. 글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북돋우는 시인의 마음 씀씀이가 글을 쓰고 싶게 만든다. 거기다 글 쓰는 법을 아이들의 시와 더불어 시처럼 간결하게 써 놓아 책이 술술 넘어가 후딱 다 읽어버릴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선생님 밑에서 수학한 아이들이 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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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머리글 제목이 ‘처음에는 길이 없었다’이다. 이 얼마나 훌륭한 제목인가! 그렇다. 글쓰기의 길은 처음에는 누구나에게 없다. 각자가 만들어가야 하는 길이다. 따라서 글쓰기 ‘법’ 즉 ‘길’을 함부로 제시하는 것은 어리석다. 그냥 이 길은 내가 가 본 길이라고 소개만 해야 한다. 그 길은 그 사람의 길일뿐이다. 그 길로 가야한다고 억지를 부려, 자기 길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에게 길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없애지 말아야 한다.

시인이 초등학교 교사로 아이들에게 글을 쓰도록 지도했을 때, 아이들이 쓴 시가 책에는 아주 많이 나온다. 상상이 된다. 뭘 써요, 라고 묻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학교를 오며 가며, 학교생활을 하며, 집에서 생활을 하며, 보고 들은 것을 써 보라고 한다. 보고 들은 것에 대한 기억을 더듬다 보면 자연스레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을 선생님은 안다.

보고, 들었음에도 의식하지 않으면 기억되는 것이 별로 없고, 그래서 생각할 기회를 잃어버리지만, 보고, 들은 것을 의식적으로 기억하려고 할 때, 생각하는 힘까지 성장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렇게 시를 쓰기 이전에 자신의 삶을 그저 흘려버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참 좋은 선생님이다. 이런 것을 아이들에게 알게 하시다니. 참교육의 현장을 보는 듯하여 너무도 뿌듯했다.

다음에 몇 개의 감동적인 시를 소개해 보겠다.

거미줄 / 거미줄에 이슬이 둥글둥글 바람에 흔들린다. 가만히 들어보면 음악이 들릴까?

멋진 시다. 아이 눈에 들어온 거미줄은 오선보가 되고, 그 위에 맺힌 이슬은 음표가 된다. 아이는 귀를 기울여 그 음악을 들어보려고 한다. 소름이 돋았다. 시인이 별 것인가. 이런 시를 쓸 수 있으면 시인이다.

뭘 써요, 뭘 쓰라고요?|| 시 써라. 뭘 써요? 시 쓰라고. 뭘 써요? 시 써서 내라고! 네. 제목을 뭘 써요? 니 맘대로 해야지. 뭘 쓰라고요? 니 맘대로 쓰라고. 뭘 쓰라고요? 한 번만 더하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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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고는 한참을 웃었다. 벚꽃을 보고 글을 쓰라는데 요 당돌한 녀석은 계속 뭘 쓰냐고 따진다. 사내 녀석이라 그랬는지 벚꽃에 별 감흥이 없었나 보다. 그러니 쓸 게 없다. 선생님은 시를 쓰라는데 뭘 써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그래서 계속 선생님을 괴롭힌다. ‘니 맘대로 해야지, 니 맘대로 쓰라고’ 이 말에 이 아이는 벚꽃에 대해서가 아닌, 자기 맘대로 쓰기로 했다. 바로, 선생님과 자기의 대화를 시로 옮긴 것이다! 그리고 이걸 훌륭한 시로 인정해 준 선생님이 그 소년의 성장기에 함께 했다는 것이 너무도 감동적이었다. 선생님은 이 시가 얼마나 맘에 들었는지, 자신의 책 제목으로 삼았다. 그 소년은 아마 열린 마음, 유연한 사고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자랑스럽게 간직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하며 살고 있을 것이다.

비 / 비가 가만가만 온다. 나는 오늘 빗소리를 들었다.

또 한 번 소름이 돋았다. 단 7어절로 한 폭의 완벽한 그림을 그려내었다. 어린아이라 가능한 꾸밈없는 자유이다. 어른이라면 뭘 주절주절 달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텐데, 아이는 짧은 글 속에 무심한 듯 그 순간을 모두 담았다. 그래서 이 시를 읽는 순간, 주변은 비 오는 세상으로 바뀐다. 빗소리가 들린다. 비는 참 가만가만히도 온다. 갑자기 시를 쓰고 싶어진다. 이런 게 시라면,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관심은 보게 하고, 듣게 하며, 생각하게 하고, 표현하게 한다. 관심은 이해하게 하고, 안 것을 실천하게 하며, 인격을 만든다. 관심은 갈등을 안 만드는 게 아니고 갈등 속에서 조화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을 만든다. 이러한 것을 논리적으로 표현하게 되면 그게 글이 된다.

시인은, 선생님은 글쓰기를 하려면 누구나 가져야 할 기본, 근본, 뿌리를 아이들의 글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시 쓰는 회사원, 시 쓰는 가게 주인, 시 쓰는 주부, 시 쓰는 연구원... 누구나 글쓰기의 기본 마음가짐, 조화로운 살림을 소중히 생각하는 기본자세만 있다면, 시인이 되고 작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시인은, 선생님은 자신 있게 어린아이들의 글을 통해 일러주고 있다. 참 좋은 글쓰기 책이다. 글이 어렵게 느껴질 때 자주 들여다보아야겠다.

공정거래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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