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말을 낳는 그릇인 나를 먼저 돌아보자

공정거래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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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힘이 세다. 생명력이 질기다. 영향력이 무섭다. 말은 사람을 병들게 한다. 죽인다. 살린다. 말은 그 사람의 실체다.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다. 살아온 인생의 증언이다. 그런데 말을 다스리고 관리하고 조정하며 다듬는 데 우리는 관심이 별로 없다. 그냥 입을 벌리고 뱉어내는 데 익숙하다. 그래서 사고가 참 많이 터진다.

성경에 보면 ‘경우에 합당한 말은 은쟁반에 옥구슬 같다’는 구절이 있다. 상상만 해도 마음이 맑아진다. 은쟁반은 사람의 마음이고 옥구슬은 은쟁반처럼 깨끗하고 단아한 마음에서 만들어지는 말이다. 결국 말은 그 사람 마음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그에 관한 책이다. 말이 문제인 것 같지만 사실은 말하는 사람이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사람이 바뀌어야 말이 바뀐다는 것을 저자는 참 잘 말해주고 있다. 당장 고쳐질 수 없는 말버릇이지만 나를 돌아볼 기회를 얻고, 나를 치유할 의지를 얻고 싶다면 매우 좋은 책이다. 그것이 내 말버릇을 고칠 첫걸음이 될 수 있으니 말로 인해 고민이 많다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또 책에는 관련된 좋은 책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 좀 더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말하는 기술을 가르쳐준다는 말을 들으면 솔직히 가소롭다. 아주 간혹 효과가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을 내세워 침소봉대를 한다. 특히, 엄마들은 내 자식, 딸보다는 아들이 말이 어눌하다며 데리고 간다. 일반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말을 잘한다. 뇌 구조가 그렇다. 그래서 아들이 말이 어눌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 아들이 말이 어눌한 게 엄마 본인 혹은 아빠 때문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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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우리 어머니는 내가 말을 잘 못한다고 알고 계셨다. 워낙 엄하셔서 어머니 앞에만 가면 주눅이 들어 말이 기어들어갔던 때문이다. 하지만 밖에 나가면 친구들을 주도하고 이끄는 역할을 했다. 내가 성인이 되고서야 우리 어머니는 자식이 말을 잘한다는 것을 알아차리셨다. 그리곤 어려서 너무 엄하게 키운 것을 미안해 하셨다.

결국 말은 심리적인 것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타고난 장애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마음에 막힌 것, 응어리진 것을 풀어주면 자기표현을 제대로 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진다.

인간은 습관으로 산다. 감정도 익숙한 것으로만 표현한다. 부정적인 상황을 그저 화로 표현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화라는 감정이 익숙한 것이다. 어떤 사람은 운다. 슬픔에 익숙한 것이다. 화가 나도 울고, 아파도 운다.

이렇게 심리적 기재도 일종의 습관이 되어 나타나듯 말도 그렇다. 따라서 말을 고치려면 마음을 고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하는데 그 시간이 꽤 걸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단번에 되지 않는다. 발효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오래 숙성시키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집중하고 반추하며 나아갈 때 어느새 마음은 은쟁반으로 변화해가고 은구슬 같은 말이 내게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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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도 말한다.

살면서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이 뒤섞이고 숙성돼서 그 사람만의 독특하고 일관된 방식으로 나오는 게 바로 말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언어는 그 사람의 내면과 닮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작정 말 잘하는 ‘기술’만 익혀서는 자신만의 새로운 말 습관을 기를 수 없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말 습관을 지니고 싶다면, 말 그 자체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나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어떤 말을 하며 ‘진심이야’라고 하면 갑자기 그 사람 말을 듣기가 싫어진다. 진심인지 아닌지는 자기가 주장한다고 그렇게 되는 게 아니다. 듣는 사람이 그렇게 느껴질 때 진심이 된다. 또 ‘나는 뒤끝이 없어’라는 말을 하며 자기 할 말 다 쏟아 붓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난다. 그 사람이 쏟아 놓은 말은 악취가 진동하는 배설물인 경우가 많다. 그런 오물을 잔뜩 뒤집어 쓴 사람에게 ‘나는 뒤끝이 없어’란 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뒤집어 쓴 오물보다 그 말이 더 깊이 상처를 낸다.

그런가하면 아무리 좋은 말도 해 줄 대상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대상이 있다. 내 말 그릇의 크기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을 듣는 상대의 말 그릇의 크기도 반드시 가늠해서 말을 해야 한다. 개나 돼지에게 진주를 던져주면 자기에게 돌을 던지는 줄로 알고 덤벼든다. 따라서 상대의 눈높이, 이해의 정도를 파악하는 것도 말을 할 때 매우 중요하다. 이게 되려면 경청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경청에 대해 정말 속 시원하게 잘 표현해 놓았다.

자신이 경청을 잘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경청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그저 남의 말을 참고 듣는 것, 눈을 마주치고 끄덕이며 추임새를 넣는 것이 경청이 아니다. 경청을 잘한다는 것은 관찰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상대의 표정, 눈빛, 몸짓 등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말 이면의 심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이해력과 상황파악 능력도 있어야 한다. 직관력, 상상력, 추리력까지 필요하다. 이걸 다 가지고 듣는 것이 경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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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경청은 때로 상대의 악의조차 힘을 못 쓰게 만들 수도 있다. 일전에 한 대안학교서 근무할 때 어떤 여학생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 거기에 합당한 징계를 내렸다. 그러자 그 아버지가 찾아와 별 소리를 다 했다. 묵묵히 하지만 그의 말을 경청했다. 조금의 미동도 없이, 구차한 변명도 하지 않고 엷은 미소를 띤 얼굴로 그가 하는 말을 다 담아주고 있었다. 결국, 행패를 부리러 왔다가 그냥 돌아갔다. 나중에 교장에게 무서운 사람이라고 하더란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은 말을 못하는 사람이다. 말은 잘 듣는 사람이 잘 한다. 듣기를 통해 말할 대상이 무엇을 듣고 싶은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듣기만 잘 해도 말해야 할 대상의 마음이 열려서 말이 들어갈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잘못된 의도를 가지고 사람을 현혹하려는 사기꾼이 아니라면, 말을 잘한다는 것은 자신도 남도 진심으로 대할 줄 안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남에게 솔직하다는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진심으로 솔직하게 자신을 보고 대할 용기를 얻게 되길 바란다.

공정거래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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