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브먼트] 뭔가에 가치를 두려면

불행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공개한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국민 인식 및 욕구 모님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들은 얼마나 행복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3.4%가 불행하다(매우 불행하다 25.2%, 조금 불행하다 48.2%)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아이와 노인에 대한 응답 역시 불행하다가 각각 52%, 59.2%에 달했다.
이와 같은 객관적인 지표가 나타나기 이전부터 과도한 경쟁과 어려운 경제 등의 요인으로 인한 불행의 호소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어왔다. ‘넌 할수 있어’와 같은 무한 긍정론이나 ‘네 잘못은 없어’와 같은 소위 '힐링' 등이 힘들어하는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었으나 이제는 그마저도 유효하지 않은 것 같다. 그 와중에 기존의 책들과는 다른 말을 하는 책이 있어 눈길을 끈다. 마크 맨슨의 ‘신경끄기의 기술’이 그것이다.
괴로움은 인생에 쓸모 없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
마크 맨슨은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Infinity Squared Media LLC의 CEO이자 파워블로거이다. 200만 이상의 팔로워를 가진 그는 여러 주요 일간지에 자신의 글을 기고하는 등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 중 하나 이다. 책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반듯하게 자라온 모범청년이 아니다.
초등학생땐 대마를 팔다 걸리기도 했고 부모님은 이혼했으며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도하여 방황하기도 하였고 직장을 구하지 못해 친척과 친구 집의 쇼파를 전전하기도 하였으며 몇년 간 아무 목적도 없이 해외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이 책은 그의 이런 경험을 통해 깨달은 삶의 방식을 엮어 설명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는 그의 인생궤적과 같이 순탄하게 달래주는 내용은 없다. 유머러스하게 풀어내지만 그 안에 냉소적인 태도가 숨어있다. 그가 서문에서 밝혔다 시피 '원하는 바를 성취하는 법을 알려줄 생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대신 포기하고 내려놓는 법에 대해 말할' 뿐이다.

그가 책에서 시종일관 강조하는 것이 있다. 우리가 괴로운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인생에 쓸모 없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선택지가 너무 많기 때문에 오히려 고통받는다고 진단한다. 이것 저것 다양한 것에 신경쓰는 과잉의욕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완전한 자유 그 자체는, 아무 의미도 없다. 자유는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 기회를 주지만, 그 자체로 반드시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궁극적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의미 있고 중요하게 만드는 유일한 길은 수많은 선택지들을 거부하는 것이다.
즉 자유의 범위를 좁히는 것이다. ' 내 인생을 꾸리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분명하게 갈라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과감히 포기해버릴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요즘과 같은 정보의 홍수에서 길을 잃지 않고, 혼란을 겪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요컨데 뭔가에 가치를 두려면, 우리는 뭔가에 신경을 써야한다. 그리고 뭔가에 가치를 두려면, 그 외의 것을 거부해야 한다. 즉 X에 가치를 두려면, X가 아닌 것을 거부해야 한다. 거부는 가치관과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무엇을 거부하냐가 우리를 규정한다.'
규정이란 무엇일까?
다른 한 쪽으로는 나 자신에게 솔직할 것을 주문한다. 기존의 자기개발이나 교육의 영역에서는 자신에 대한 무한 긍정을 주문하곤 한다. '나는 할수 있다'나 '나는 특별하다' 등과 같은 긍정적인 주문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에게 너무나 솔직한 언어로 툭까놓고 말한다. 우리 중에 정말 특별한 인간이 얼마나 될까? 소위 말하는 천재는 과연 우리중에 얼마나 될까? 인정하자. 너 나 우리의 대부분은 특별한거 없는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다고. 이런 메세지는 앞의 메세지와 일통한다. 우리는 평범하기 때문에 모든것을 할 수 없다. 평범하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더 과감하게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판을 벌려 버리면 이도저도 안될 뿐만 아니라 결국 무너져버릴 수 있다.

저자는 '신경 끄기'라는 말을 듣고 어떠한 일이 눈앞에 일어나도 흔들리지 않는 '무심한 태도'와 동일시 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무심한 사람은 '세상을 겁내고 자신의 선택이 초래할 결과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절대 의미 있는 선택을 하지 않'는 사람들일 뿐이라고 혹평한다. 정말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목표에 신경을 쓸 때 뒤따르는 역경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이 아닌, 중요하지 않은 모든 것을 향해 "꺼져"라고 말한다. 진짜로 중요한 것에 쓰기 위한 신경을 따로 남겨 놓는다.' 이것이 신경끄기의 기술인 것이다.
저자는 독자의 문제나 고통 자체를 덜어주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영원한 행복이라느니, 모든 시련의 끝이라느니 하는 약장수가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에 신뢰가 느껴진다. 그는 신경끄기의 기술을 통해 '실용적 깨달음'을 얻으라고 조언한다. 실용적인 깨달음이란 ' 삶이 늘 어느 정도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어떤 인생을 살아가든 누구라도 실패, 상실, 후회를 겪으며 마지막엔 죽음이 찾아온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단언컨대 고통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고통을 견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수천년 전 석가모니는 이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삶이란 고통이라고 설파하였다. 인간의 문명이 얼마나 발전하든 이는 변치 않는 진리인 듯 싶다. 누군가는 더 고통스럽고, 누군가는 덜 고통스러울 수는 있겠지만 고통스럽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쉽지 않은 세상이다. 이 책을 통해 버틸 기술을 얻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