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무브먼트] 배움, 자발적 선택의 열매

이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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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누가 시켜서 공부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또 오랜 시간 이런 저런 영역에서 사람을 가르쳐 본 사람으로서 배움이란 자발적인 선택일 때 일어난다는 것이라고 명백하게 말할 수 있다. 가르친다는 행위는 배우는 자의 배우려는 의지가 없다면 그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감히 단언한다. 따라서 부모나 교사들은 아이를 혹은 학생을 배우려는 사람으로 먼저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여기에 한 증인의 이야기가 있으니 부모로서, 교사로서 사람을 제대로 양육하고 교육하고 싶다면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면 좋을 것이다.

배움이란 무엇일까?

이 아가씨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났을 때, 내 절반의 인생밖에는 살지 않은 이지만 경이로웠고, 고마웠으며, 깊은 존경의 마음까지 들었다. 배울 줄 아는 자세와 호기심, 의지로 질문하고 관찰하고 생각하며 탐구하는 사람이었으며, 그렇다보니 시간의 총량에 대비된 시간의 질은 같은 또래 어떤 젊은이보다 높은 사람이었다. 아마 가속도가 붙어 앞으로는 그 차이가 더하지 않을까 싶다. 본인의 바람처럼 한국 문화의 가치에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한국 역사에 이름이 남는 사람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바란다.

대학 합격자 게시판을 보기 위해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가며 ‘내 인생에 재수는 없다. 만약, 떨어졌다면 그냥 남의 집 식모살이나 할 것이다’라고 다짐했었다. 대학을 가기 위해 하는 공부가 너무도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며, 그런 교육밖에 줄 수 없는 학교에 대한 불신, 성적으로만 학생을 평가하는 교사들에 대한 경멸에서 오는 불편함을 더 지속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후, 거의 40년이 되어 가는데 우리 교육의 주소는 별로 바뀐 게 없는 것 같고 오히려 악순환이 더 심화된 것 같아 자라는 세대에게 커다란 죄책감을 느낀다.

이 책을 쓴 임하연 양은 예술과 언어에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으로 어려서부터 환경까지 그런 재능을 키울 수 있게 뒷받침이 되었다. 그래서 초등학교까지 그런 재능을 일취월장 개발할 수 있었다. 그러다 아이비리그, 정확히 말하면 하버드에 가겠다는 막연한 목표 혹은 욕심을 위해 민족사관고등학교에 들어가겠다는 집념을 가진 중학생이 된다. 경험상으로 볼 때, 예술과 언어에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수리 능력까지 탁월한 경우는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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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탐구가 맺은 열매

그런데 우리 교육은 모든 과목을 다 잘해야만 공부를 잘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는데 이때 수학 점수는 우리식의 뛰어난 학생과 그저 그런 학생을 가르는 잣대가 되기 십상이다. 하연 양도 여기서 걸린 모양이다. 그리고 원래 자신의 모습을 잃어간다. 그러다 고등학교에 들어가 다시 책을 읽게 되면서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가기 시작하며 결국 고등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자퇴를 한다. 혼자서 스스로 탐구하며 공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홈스쿨링은 일반적으로 제도교육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거나, 제도교육이 자신의 자녀에게는 안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부모가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 자녀가 어릴 때 시작되는데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잘못하면 오히려 이도 저도 아닌 아이로 자라게 할 위험이 크다. 그래서 간혹 그런 뜻을 가진 부모들이 모여서 일종의 공동체 형식의 대안학교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 아무리 공교육에 불만이 있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학교를 보내며 학원에 아이를 맡기는 것이다. 그런데 하연 양의 경우는 자퇴를 완강히 반대하는 부모를 설득하고 또 설득하여 스스로 홈스쿨링을 하게 된 경우다. 그만큼 대학입시를 위한 공부는 자신에게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고,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물론, 책을 읽어보면 하연 양은 부모로부터 상당한 물질적 지원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어떤 독자는 부유한 부모덕에 그런 선택을 성취해나갈 수 있었지 않았는가 하는 불편한 심기가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녀가 부모로부터 충분한 물질적 지원을 받아 평범한 집안이면 엄두도 내기 어려운 영국 소더비 경매학교 유학까지 할 수 있었다는 게 아니다.

이 아가씨 이야기의 본질은 배움이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데서 출발해야 하며, 자신이 가진 재능을 불필요하게 남과 견주지 말고 자기가 기준을 만들고 그것을 성취해 나가며 자존감을 키울 때 생기는 것이며, 그런 과정에서 부모 혹은 교사가 자녀 혹은 학생이 다음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지지를 해주거나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해 줄 때 가장 효율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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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중에 아들이 여섯 살 때 어린이집에 두 달 보내본 후, 아이가 거기서 겪은 상황과 아이 본인의 판단을 존중하여 그만두게 하였고, 초등학교에 입학을 시키지 않았으며, 아이의 독서 능력과 창의력을 스스로 키워가도록 곁에서 간혹 물길만 잡아 주었다. 계산을 지독히도 못하는 아들이지만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여 토론식 수학을 가르치는 학원에 보낸 것이 유일한 학원 교육이었다.

사고력과 삶의 개척

거기서 아이는 자신이 계산은 잘 못하지만 수학적 사고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렇게 자라 커닝과 온갖 편법이 난무하는 대학에서 오롯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공부하고 시험과 과제를 수행하여 최고의 학점을 받았으며 다니는 내내 장학금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자기만의 작은 사업을 하며 삶을 개척해 내고 있다.

교육은 돈으로 하는 게 아니다. 아이에게 해야 할 최초의 교육은 부모가 아이로 하여금 배움의 즐거움을 알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 시작이 바로 된다면 아이는 배우기 위해 스스로 방법을 찾아낼 것이며 그때 돈은 있으면 좀 편한 것이지만 없어도 크게 문제가 안 되는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또 어떤 난관 속에서도 배움을 향해 꿋꿋이 나아간다면 어디선가 필요를 채울 수 있는 기회가 우연처럼 다가올 것이다. 그러니 부모들이여, 교사들이여, 배움의 즐거움을 어떻게 하면 알게 해 줄 것인지 본인 스스로가 먼저 느끼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제공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한 후에 조차 아이에게 배울 것을 강요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하윤 양의 이야기를 잘 참고하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이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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