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감시] 균형발전 특별회계 10조 원 시대… ‘집행률’ 수치에 가려진 소모성 예산의 덫
[더 밸런스 = 이병호 기자] 2026년 1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 전국 지자체의 예산 집행은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상반기 조기 집행을 독려하면서 지자체별 ‘집행률 경쟁’이 치열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려스러운 대목이 적지 않다. 본지는 이병호 국장의 예산 분석을 통해, 균형발전 특별회계가 지역의 자생력을 키우는 ‘마중물’이 되고 있는지, 아니면 일회성 행사와 소모성 하드웨어 구축에 매몰되고 있는지 정밀 점검했다.

수치상의 성과: 조기 집행률 65% 돌파, 그러나 내실은?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균형발전 특별회계의 1분기 집행률은 전년 동기 대비 8% 상승한 65%를 기록했다. 지표상으로는 괄목할 만한 성과다. 하지만 세부 내역을 분석해 보면, 실제 지역 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R&D나 인재 양성 사업보다는 도로 포장, 공원 정비 등 단기간에 자금을 쏟아부을 수 있는 건설 사업에 예산이 집중되어 있다. 이는 집행률이라는 행정 실적을 채우기 위한 ‘밀어내기식 집행’의 전형적인 사례다.
예산 낭비의 현장: 주인 없는 ‘테크 센터’와 무늬만 ‘혁신 거점’
이병호 기자가 전국 10여 개 산단의 거점 센터를 무작위 점검한 결과, 거액의 국비가 투입된 일부 연구 시설들이 장비 운용 인력 부족으로 가동률이 3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은 ‘시설 구축’에만 배정되어 있고, 실제 이를 활용할 전문 인력의 ‘인건비’는 지자체 몫으로 떠넘겨진 탓이다. 정책 설계 단계부터 인력 확보와 운영 방안이 연계되지 않은 예산 배정은 결과적으로 국민의 혈세를 지방의 ‘흉물’로 바꾸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대안 제언: ‘사후 평가’ 강화와 ‘성과 연동형’ 예산 배정
이제는 집행률이라는 양적 지표에서 벗어나 ‘지역 경제 기여도’라는 질적 지표로 예산 감시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예산을 쓴 뒤에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생겼는지, 지역 강소기업의 매출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정밀 측정하여 차기 년도 예산 배정에 반영하는 ‘성과 연동형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또한, 지자체 간 소모적인 시설 유치 경쟁을 막기 위해 광역 단위의 공동 예산 심의 기구를 상설화해야 한다.
이병호 기자는 “예산은 정책의 의지를 숫자로 표현한 것”이라며, “균형발전 예산이 지방의 소멸을 늦추는 인공호흡기를 넘어, 스스로 숨 쉴 수 있는 체력을 길러주는 보약이 되려면 행정의 편의주의적 집행부터 혁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월의 예산 성적표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예산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